조선일보 2024. 12. 6. 23:52
며칠 전, 샤인 머스캣을 먹는데 조금도 달지 않아 의아했다. 생각해보니 조금 전 디저트로 망고가 든 생크림 케이크를 먹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내가 느끼는 세상은 상대적이다. 성과급 100만원에 뛸 듯이 기뻐하다가, 옆자리 동료의 보너스가 자기보다 두 배 많다는 사실을 알면 금세 상실감에 빠지는 게 사람이다. 어째서 우리는 이곳 아닌 저곳, 여기보다 저기를 꿈꾸는 걸까. 사람들은 대개 행복해 보이는 타인의 삶을 더 동경한다.
모두에게 이미 지나간 과거지만 한 사람에겐 불행의 이유로, 다른 한 사람에겐 행복의 이유로 다가온 건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가 고착되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재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과거는 끊임없이 변한다. 그러므로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언제나 ‘현재, 여기, 나’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꽃은 피고 지는 시기가 제각각이다. 4월에 피는 꽃이 있고, 9월에 피는 꽃이 있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철쭉과 진달래조차 꽃과 잎이 피고 지는 순서가 다르다. 인생에는 각자에게 맞는 때가 있다.....자신이 장미가 아니라고 슬퍼할 게 아니다. 시든 장미나 말라빠진 튤립을 과연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꽃이 되느냐는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민들레든 나팔꽃이든 자신의 때에 맞게 활짝 피어나는 것이다.
https://v.daum.net/v/202412062352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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