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5. 3. 31. 00:11
서울대 국가 원로 토론회 유감 그들 애국 충정 의심하지 않지만
대부분 87체제에서 전성기 보내 헌법 탓보다 성찰 먼저 했어야
원로 되기 위한 최우선 조건은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책임
후대에 보탬 되는 지혜와 경륜 그에 걸맞은 활동을 기대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국면에서 봇물 터진 듯 활발해진 것이 개헌론이다. 소위 ‘87년 체제’를 청산하기 위해 헌법을 고치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직무 복귀를 전제로 남은 임기 중 개헌을 공언한 가운데,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유력 정치인 대부분이 이에 호의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빼고는 그렇다. 여기에 이른바 국가 원로들 역시 작금의 개헌 논의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이달 초, 서울대는 국가미래전략원 주최로 “국가 원로들, 개헌을 말하다”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정당 대표 등을 지낸 여야 정치 원로 12인이 참석했다.....이들의 애국 충정을 어찌 의심할까만, 이런 모습이 일반 국민 눈에는 다소 불편한 측면이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이들 대부분은 1987년 헌법 체제하에서 정치적 경력의 전성기를 보낸 사람들이다. 그러다가 돌연 현행 헌법을 바꾸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다’는 뜻인가?
국회의장이나 국무총리, 당 대표 등을 지내고 서울대가 국가 원로로 예우할 정도의 정치인이라면, 오늘날 한국 정치가 이렇게까지 망가진 점에 대해 그저 헌법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치열한 자기 성찰부터 먼저 해야 옳았다.....사실 ‘국가 원로’라는 용어는 현행 헌법에도 나온다. ‘국가원로자문회의’ 구성에 관한 헌법 제90조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국가 원로의 구체적 범주와 자격이 명시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둔다’(기속 행위)가 아닌 ‘둘 수 있다’(재량 행위)로 되어 있는 바, 1987년 헌법 개정 당시부터 사실상 사문화(死文化) 상태다. 적어도 헌법상으로는 국가 원로가 공석인 셈이다.
국가 원로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함부로 쓸 수 있는 말도 아니다.....원로가 되기 위한 최우선 조건은 나이가 아니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곧 ‘높은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였다. 이에 고대 로마를 대표하는 원로 정치가 키케로는 이렇게 말했다. 노인의 권위란 백발이나 주름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명예롭게 보낸 지난 세월의 마지막 결실”이라고. 이참에 우리도 국가 원로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한다. 워낙 시절이 하 수상하니 더욱 그렇다.
https://v.daum.net/v/20250331001130782
[朝鮮칼럼] ‘국가 원로’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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