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가 바뀌는 공공시설물의 재개발에는 논란이 따르기 쉽다.
기존 시설의 일부라도 역사적 유산으로 보존하자는 의견과 새로운 시설의 목적을 살리려면 모두 철거해야 한다는 견해가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뒤셀도르프 교외의 노이스(Neuss)에 있는 랑겐미술관은 개발과 보존이 조화를 이룬 모범 사례이다.
1993년 미국과 소련 간의 군비(軍備) 축소 협약에 따라 노이스에 있던 나토(NATO) 미사일 기지가 폐쇄되자, 미술품 애호가인
1993년 미국과 소련 간의 군비(軍備) 축소 협약에 따라 노이스에 있던 나토(NATO) 미사일 기지가 폐쇄되자, 미술품 애호가인
칼 하인리히 뮐러는 13에이커(약 1만6000평)의 부지를 구입했다. 1994년 뮐러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에게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새로운 문화 시설의 디자인을 의뢰했다.
안도는 낮은 언덕, 인공호수, 육면체의 전시관들로 구성된 미니멀리스트 스타일의 미술관을 디자인했다.
'랑겐 재단 미술관'… 안도 다다오 디자인, 2004년,
건물 연면적 1860㎡, 전시관 총 면적 1300㎡.
건물 오른쪽으로 미사일 기지 시절에 노출을 막기 위해 설치했던 흙 둔덕이 보인다. /Newscom
2001년 스위스인 빅토르와 마리안 랑겐 부부는 안도 다다오의 디자인대로 미술관을 건립·운영할 재단의 설립에 큰 재산을
기부했다. 그들이 1950년대부터 소장해온 일본 고(古)미술품 500여점과 300여점의 현대미술품을 전시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4년 9월에 개관한 미술관은 3개의 육면체 전시관으로 이루어졌으며, 안도의 특기인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되었다.
좁고 긴 '일본 방(房)' 전시관은 콘크리트 건물을 유리와 강철 구조물로 덮는 이중 외피 시스템이다. 유난히 온도의 차이가
많은 변덕스러운 기후의 영향을 덜 받고, 태양광을 많이 쬐려는 배려이다. 전시관의 한쪽 부분에는 인공연못을 만들었다.
랑겐미술관의 곳곳에는 군사시설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미사일 기지의 노출을 막아주던 흙 둔덕은 아직도 미술관을 가려준다.
철조망과 미사일 발사대는 철거되었지만, 격납고·벙커시스템·감시대 등은 보존되었다.
그 결과, 이 미술관에서는 냉전시대의 유산과 평화시대 문화 시설의 완벽한 조화를 실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