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51] 매부리코 실루엣, 저항의 시대정신을 표현

바람아님 2014. 6. 3. 10:39

(출처-조선일보 2013.06.20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밥 딜런의 LP 앨범 포스터 사진

밥 딜런의 LP 앨범 포스터… 1966년, 

컬럼비아 레코드사의 의뢰로 밀턴 그레이저가 디자인.


2010년 2월 25일, 미국 대통령 관저인 백악관에서 열린 '국가 예술 훈장 (National Medal of Arts)' 수훈자 명단에는 그래픽 디자이너인 밀턴 그레이저(Milton Graser)와 싱어 송 라이터인 밥 딜런(Bob Dylan)의 이름이 나란히 올라있었다. 흥미롭게도 모두 10명뿐인 개인 수훈자 명단에 오른 이 두 사람은 1960년대 중반부터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었다.

딜런은 1960년대 베트남 전쟁에 대한 저항의 표상이었으며, 그가 만든 노래는 전 세계의 학생 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딜런이 작사·작곡하고 '피터 폴 & 메리'가 노래한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g in the Wind)'는 당시 젊은이들이 즐겨 부른 애창곡이 되었다.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 봐야 진정한 인생을 깨닫게 될까…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휩쓸고 나서야 영원한 평화가 찾아오게 될까"라는 의미심장한 가사 덕분에 딜런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1966년 컬럼비아 레코드사는 '딜런의 최고 히트곡' LP 앨범의 홍보를 위해 36세 나이의 밀턴 그레이저에게 포스터 디자인을 의뢰했다. 그레이저는 개성이 넘치는 딜런과 그의 음악 세계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모티프를 찾느라 고심하던 끝에 특유의 매부리코에 히피 스타일로 머리를 기른 딜런의 옆얼굴 모습(실루엣)에 주목했다. 실루엣의 주목성을 높이기 위해 대각선 구도로 배치하고, 검은색으로 처리하여 흰색 바탕과 강하게 대비되도록 했다. 긴 머리카락은 당시 유행하던 '사이키델릭 아트'의 특성대로 곡선 문양과 화려한 색채로 처리했다. 여백을 살리려고 글씨라고는 단순화한 'DYLAN'만을 표기했다.

딜런의 40개 히트곡이 담긴 이 앨범은 600만장 이상 팔렸고, 포스터는 뉴욕의 '쿠퍼 휴잇 국립 디자인박물관'에 영구 소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