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흐릿하게 푸른 바다와 하늘이 있다. 창틀은 선명하게 바다의 서늘한 공기를 가르고 있다. 사진 속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특별한 메시지도 주지 않는다. 그저 옅고 짙은 면들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누군가는 이 사진을 보며 먼 옛날 바닷가의 추억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그냥 시원하다고만 느낀다. 한국의 1세대 사진가 주명덕의 ‘사진 속의 추상’이다.
리얼리즘 사진의 대가인 작가가 일흔을 넘긴 나이에 내놓은 이 추상 시리즈에선 원로 예술가의 마음이 엿보인다.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강렬한 뜻을 전하려 하지 않고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맞춘, 예술가의 넉넉한 시선이다.
신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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