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의 두 제관들은 밖을 내다보았다. 마당에는 매화가 활짝 펴 고택을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서애 유성룡 선생을 기리는 춘향사례 도중 쉬는 시간의 풍경이다. 사진가 이동춘의 ‘종가 시리즈’의 하나인 이 사진 속엔 선비와 고택, 봄꽃이 단아하게 어우러져 있다.
작가는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종가의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수년 동안 그곳에 머물며 종가와 서원의 의례행위와 의식주를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의 문화이지만 세월이 더 흐르면 다시 못 볼 수도 있는 소중한 기록이었다. 그의 작품들은 기록의 차원을 넘어선다. 거기에는 예를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다.
신경훈 편집위원
'文學,藝術 > 사진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이 있는 아침] 바다처럼 넉넉한 老사진가의 시선 (0) | 2014.06.22 |
---|---|
[사진이 있는 아침] 인생의 '노르스름한' 단면 (0) | 2014.06.21 |
[사진이 있는 아침] 모진 태풍에 시달려도 한결같이 (0) | 2014.06.19 |
[사진이 있는 아침] "바다야 그만 멈춰" 섬소녀의 기도 (0) | 2014.06.18 |
[사진이 있는 아침] 시장 사람들의 희망 (0) | 2014.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