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01.28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언제부터인가 감기가 달라졌다.
근래 몇 년 동안 한 번이라도 감기에 걸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얘기지만, 요즘 감기는 왜 이리
끈질긴지 모르겠다. 감기는 기본적으로 바이러스로 인해 생기는 병인 만큼 특별한 약이 없다는 걸 잘
아는 나는 그저 휴식을 취하며 이겨내려 했다. 하지만 보름이 넘도록 나아지지 않자 하는 수 없이
병원을 찾았다. 그러곤 감기를 미처 털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해외 출장을 나왔다.
그런데 외국에 나온 지 며칠 만에 신기하게도 몸이 한결 편해졌다.
내가 정말 감기를 앓기나 한 것인가? 이번 겨우내 중국 전역이 극심한 스모그에 뒤덮여 있다.
내가 정말 감기를 앓기나 한 것인가? 이번 겨우내 중국 전역이 극심한 스모그에 뒤덮여 있다.
있었던 만리장성을 언제부터인가 스모그 때문에 볼 수 없게 되었단다.
덩달아 한반도 상공의 미세먼지 농도도 종종 위험 수준을 넘나들고 있다. 바야흐로 허파꽈리의 수난시대이다.
동물의 호흡은 피부나 아가미에서 직접 기체 교환이 일어나는 외호흡에서 일단 기관과 허파로 공기를 들여온 다음 기체를
교환하는 내호흡으로 진화한 것처럼 보인다.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의 경우에는 코에서 후두를 통해 기관으로 들어온 공기가 두 갈래의 기관지로 나뉜 다음 허파 안으로
들어서면 기관세지들로 갈라졌다가 그 끝에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허파꽈리로 전달된다.
허파꽈리는 허파의 내부 표면적을 넓혀 공기 접촉을 극대화함으로써 일단 포집한 공기에서 산소를 효과적으로 분리해낸다.
대단한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다.
그러나 우리 포유류 조상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먼 훗날 후손 중의 하나가 화석연료를 캐내어 태우기
그러나 우리 포유류 조상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먼 훗날 후손 중의 하나가 화석연료를 캐내어 태우기
시작하면서 숨쉬기조차 불편할 지경으로 공기를 더럽힐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우리가 아직도 아가미로 호흡한다면 가끔 드러내놓고 물로 씻어낼 수 있으련만 허파꽈리는 뒤집어 빨 수가 없다.
허구한 날 온갖 오염 물질을 한반도 쪽으로 토해내는 중국을 어찌할꼬? 소화기관은 입에서 항문으로 뚫려 있건만 호흡기관은
어쩌다 이렇게 막다른 골목으로 만들어 놓았을까?
작은 알약 크기의 내시경 로봇이 우리 내장을 활보하고 있건만 허파꽈리 구석에 박혀 있는 미세 먼지를 제거할 나노 로봇은
언제나 개발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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