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7.15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던 '제돌이'가 야생으로 돌아간 지 1년이 돼간다.
2009년 5월 서귀포 앞바다에서 혼획돼 거의 3년간 하루 서너 차례씩 '쇼'를 하던 그는 2012년 3월
서울시의 전격적인 야생 방류 결정으로 꿈에 그리던 귀향길에 올랐다.
곧바로 시민위원회가 만들어졌고 1년 4개월간 준비 작업과 적응 훈련을 거쳐 2013년 7월 18일
제주시 김녕 앞바다에 방류됐다. 나는 어쩌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추대돼 꿈에도 잊지 못할 귀한
경험을 했다. 게다가 방류 지점인 김녕 해변에 세워진 기념비에는 '제돌이의 꿈은 바다였습니다'라는
글이 내 필체로 새겨졌다. 이젠 죽어서도 잊지 못하게 됐다.
방류 직전 인사말에서 나는 "오늘로 우리는 자연과 인간의 갑을 관계를 재정립하게 되었다"고 선언했다.
방류 직전 인사말에서 나는 "오늘로 우리는 자연과 인간의 갑을 관계를 재정립하게 되었다"고 선언했다.
고도의 인지능력을 보유하고 하루 100㎞를 질주하는 동물을 좁은 수족관에 가둬 놓고 돈을 지불한
인간들이 모여들면 언제든 묘기를 연출하도록 강요하는 일은 이제 멈춰야 한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 동네에 찾아가 그들이 보여주고 싶어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김녕 앞바다의 돌고래 관광객들은 이미 "제돌이를 만나면 대박이지만 못 봐도 그저 설렌다"고 말한단다.
남방큰돌고래 관광은 제주도의 대박 상품이 될 것이다. 신기하게도 100여 마리의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언제나 육안으로 확인할
남방큰돌고래 관광은 제주도의 대박 상품이 될 것이다. 신기하게도 100여 마리의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언제나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 내에서 섬을 돌고 있다. 그래서 다른 지방의 고래 관광처럼 반드시 배를 타고 나갈 필요가 없다.
기왕에 개발된 올레길과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다. 게다가 제주에는 제돌이라는 감동적인 스토리텔링 스타가 있다.
영국은 1990년대 초 돌고래쇼를 전면 금지하고 고래 관광으로 선회했는데, 스코틀랜드에서만 연간 112억원의 경제 효과를
올린단다. 제돌이보다 1년 2개월여 먼저 터키에서 방류된 돌고래 '톰과 미샤'에게는 추적 장치를 부착했지만 지금 행방이
묘연하다. 제돌이는 등지느러미에 표시해둔 숫자 1 덕택에 누구든 발견하면 "제돌이다"라고 외친다.
그러곤 이내 그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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