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01.07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생명의 역사를 견인한 동인이 환경에 대한 점진적인 적응이냐 급격한 변화에 따른 절멸과 선택이냐를
두고 끝없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다윈의 설명대로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이 생명 진화의 기본 메커니즘임은 틀림없으나
다윈의 설명대로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이 생명 진화의 기본 메커니즘임은 틀림없으나
다섯 번의 대멸종 사건이 지금의 생물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역사는 혁명(revolution)이 아니라 진화(evolution)를 통해 발전한다"고 강조한
이런 점에서 "역사는 혁명(revolution)이 아니라 진화(evolution)를 통해 발전한다"고 강조한
중국의 철학자 리쩌허우(李澤厚)의 혜안이 남다르다.
그렇다면 자연사는 혁명이, 인류사는 진화가 추동한다는 것인가?
지난가을 어느 지인이 찾아와 서른 명 남짓의 이름이 적혀 있는 명단을 내밀었다.
지난가을 어느 지인이 찾아와 서른 명 남짓의 이름이 적혀 있는 명단을 내밀었다.
신문에 문과·이과 분리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글을 쓴 이들의 명단이었다.
그러곤 그가 던진 한마디― "언제까지 신문에 글만 쓰고 앉아 있을 거냐?" ―에 나는 그만 총대를 메고 말았다.
우리는 곧바로 공부 모임을 결성했다.
우리는 곧바로 공부 모임을 결성했다.
우리 고등교육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를 혁파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새 대통령님께 드릴 참이었다.
그런데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이 문제의 열쇠는 결국 대학 입시에 달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이 문제의 열쇠는 결국 대학 입시에 달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1995년 3월에 시행된 제6차 교육과정부터 우리 고등학교에서는 이미 법적으로 문과와 이과를 분리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대학의 입시 요강이 여전히 문과와 이과 계열을 고수하는 바람에 실질적으로 분리되어 있을 뿐이다.
다만 대학의 입시 요강이 여전히 문과와 이과 계열을 고수하는 바람에 실질적으로 분리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던 지난 11월 서울대가 2014학년도부터 공대 일부에서 이른바 문과 전공생을 받기로 했다는 입시 요강을 발표했다.
2015년에는 의치대와 간호대를 비롯한 다른 단과대학들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단다.
융합과 통섭이 대세인 시대에 우리 교육도 드디어 스티브 잡스처럼 학문의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융합과 통섭이 대세인 시대에 우리 교육도 드디어 스티브 잡스처럼 학문의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드는 인재를 키워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문과·이과 장벽이 무너져야 악마의 저주처럼 거의 10년 동안이나 우리를 옥죄던 '국민소득 2만달러'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다른 대학교들도 서울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다른 대학교들도 서울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의 책으로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라는 책이 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조용한 혁명, 아니 진화가 시작되었다.
'其他 > 최재천의자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274] 제돌이 방류 1주년 (0) | 2014.07.15 |
---|---|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96] 딸꾹질 (0) | 2014.07.14 |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94] 뱀, 축복과 저주를 한 몸에 (0) | 2014.07.10 |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273] 역사 知能 (0) | 2014.07.08 |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93] 미래창조기술부 (0) | 2014.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