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7.08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서울대 강연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분야는 단연 이공계라며 굳이 공과대학에서 강연하면서 정작 내용에는
한·중 우호를 상징하는 두 나라의 역사적 인물을 줄줄이 언급했다. 개인적으로 최치원·허균·김구에
대해서는 배웠고, 왕자 스님 김교각, 노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과 함께 전사한 명나라 장수 등자룡의
이름은 들어본 적 있지만, 공소·진린·정율성이라는 이름을 남의 나라 정상의 입을 통해 듣고 있자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2005년 여름 어느 일간지의 부탁으로 세계적 석학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를 인터뷰하러 로스앤젤레스를
2005년 여름 어느 일간지의 부탁으로 세계적 석학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를 인터뷰하러 로스앤젤레스를
찾았다. 그는 하버드대를 나와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 학위를 하고 UCLA 의대 생리학 교실의 주임교수로 있으면서 여가 선용 차원에서 뉴기니의 새들을 관찰하여 같은 대학의 생태및진화생물학과에도 교수로 임용되더니 언제부터인가 아예 지리학과로 옮겨 종횡무진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형적 통섭형 학자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총, 균, 쇠'의 속편 격인 '문명의 붕괴'에 대해 얘기하던 중 변화무쌍한 동북아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길이 무엇이냐는 내 돌발 질문에 그는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핀란드를 벤치마킹하라"는 답을 내놓았다.
당시 67세 나이에 걸맞지 않게 그는 역대 핀란드 왕 이름을 줄줄이 내리꿰며 그들이 언제 어떻게 강대국 러시아를 상대로
절묘한 실리 외교를 펼쳤는지 설명해주었다.
몇 해 전 나는 이제 현대인이라면 모름지기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다윈 지능'이란 책을 냈다.
몇 해 전 나는 이제 현대인이라면 모름지기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다윈 지능'이란 책을 냈다.
시 주석이 그저 참모들이 적어준 연설문을 읽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기본적으로 중요한
한시(漢詩)를 줄줄이 외며 확고한 역사 지식으로 무장되어 있다.
역사관을 따지기에 앞서 우리 지도자들이 과연 최소한의 역사 지식을 갖추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며 한·중 동반 관계를 키워가야 하는 이 시점에 탁월한 '역사 지능(historical intelligence)'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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