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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272] 서비스 산업

바람아님 2014. 7. 1. 11:32

(출처-조선일보 2014.07.01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여러 해 전에 뉴욕자연사박물관과 하버드대 비교동물학박물관의 해외연구원으로 선임돼 종종 뉴욕과 
보스턴에 간다. 뉴욕까지는 직항 비행편이 있지만 보스턴에 가려면 뉴욕공항에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그러던 어느 해 이른바 독수리 타법을 구사하는 미국 비행사 여직원이 한 사람당 20분 
이상 허비하는 바람에 나는 결국 보스턴행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 내 앞에 겨우 세 명밖에 없었건만 
느려터진 주제에 손님들과 노닥거리기까지 하며 끝내 내 여행을 망치고 말았다. 
그 후부터 나는 언제나 뉴욕공항에서 차를 빌려 밤을 새워 보스턴으로 올라가곤 했다.

독일을 보면 제조업의 기반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도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스웨덴의 세계적인 가구회사 이케아(IKEA)가 한국에서 개업을 준비하는 바람에 관련 국내 기업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디자인도 깔끔하고 가격도 저렴해 인기가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월마트나 카르푸 같은 세계적인 유통 
업체들이 줄줄이 무릎을 꿇은 묘한 곳이다. 편리함과 속도가 어쩌면 가격보다 더 중요한 이 땅에서 과연 직접 조립해야 하는 
가구가 성공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국내 가구 회사들이 이케아의 매력을 능가하는 서비스 메커니즘을 개발한다면 이케아라고 
해서 월마트와 카르푸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은 없어 보인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을 여행하며 서툴고 느린 서비스에 혀를 내두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인천공항만큼 신속하고 편리한 공항을 본 적이 있는가. 어느덧 우리의 서비스 수준은 선진국을 능가하고 있다. 
외국 기업의 국내 진입에 떨고 있을 게 아니라 이제는 오히려 우리가 외국 시장을 공략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진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찾아내 과감히 무너뜨려야 한다. 
서양인들도 일단 '빨리빨리'에 중독되면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