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6.24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 이영표 선수가 선수 생활을 접은 뒤 또다시 해설위원으로 화려하게 등극하고 있다. 연일 브라질월드컵 경기 결과를 승패는 물론 때로는 스코어까지 정확하게 맞혀 '작두 영표' 또는 '표스트라다무스 문어' 등의 별명까지 얻으며 선수 시절을 능가하는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급기야 영국 BBC 방송이 그를 인터뷰하기에 이르렀단다.
그러나 나는 그를 "신이 내렸다"며 영험한 점쟁이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를 "신이 내렸다"며 영험한 점쟁이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언이란 실상 예측 결과를 말로 표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건만, 예측에는 학술적인 의미가 담겨도
예언은 왠지 미신이나 종교의 냄새를 풍긴다.
그는 "황금기 이후의 암흑기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온다"며 일찌감치 스페인의 몰락을 예견했다.
축구의 세계에서는 종종 최고의 팀이 급작스레 추락하는 일이 있었다는 관찰에다 스페인 축구에 이미
많은 팀이 익숙해져 있다는 분석을 보태 결과를 예측한 것이다. 한국 대 러시아전에 대해서도 러시아
선수들이 시간이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그럴 때 수비 뒤 공간을 가장 잘 파고드는 이근호 선수가 골을 넣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고 그대로 적중했다.
바하마 출신의 목사이자 탁월한 강연자인 마일즈 먼로
(Myles Monroe)는 예지력(vision)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과거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통찰력을 기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Foresight with Insight based on Hindsight)."
이영표 해설위원은 주술의 힘을 빌려 신의 계시를
방언하는 예언자가 아니라 꼼꼼한 자료 분석에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뛴 경험을 버무려 논리적인
예측을 내놓는 일종의 미래학자다.
언뜻 TV 화면에 비친 그의 분석 노트를 보았다.
무지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몽매함으로 오히려 인기를 끄는 연예인들 때문에 TV를 끄고 살던 내게는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평생 땡볕에서 공만 찼을 축구 선수가 이 정도인데
왜 우리 사회의 다른 곳에서는 여전히 주먹구구와 막무가내가 판을 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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