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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87] 뿌리와 새싹 (Roots & Shoots)

바람아님 2014. 6. 16. 05:09

(출처-조선일보 2012.11.12 최재천 /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최재천 /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1991년 탄자니아 10대 청소년 12명이 곰비국립공원에서 침팬지를 연구하고 있던 제인 구달 박사를 찾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마을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이 걱정하던 문제는 구달 박사가 연구하는 침팬지를 비롯한 여러 야생동물의 불안한 미래에서부터 주변 산림의 황폐화와 도시의 오염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구달 박사와 상담을 마친 그들은 어른들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스스로 팔을 걷어붙이기로 결의했다.

이렇게 시작한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 운동은 이제 세계 120개국에 수십만 개의 크고 작은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모임들로 연결된 세계적인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에도 지난 몇 년간 
20여 개의 학생 모임이 만들어져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격려하기 위해 바로 오늘 구달 박사가 한국에 들어온다. 앞으로 사흘 동안 각종 대중 강연과 언론 인터뷰는 물론 지금 뿌리와 새싹 운동을 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참여하고 싶어하는 학생들과 다양한 만남의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구달 박사는 늘 이렇게 말한다. 
"뿌리는 땅속 어디든 파고들어 든든한 기반을 만든다. 
새싹은 연약해 보이지만 햇빛에 이르기 위해 벽돌담도 뚫고 오른다. 
벽돌담은 우리가 이 지구에 저질러 놓은 온갖 문제들이다. 
이제 수천 수만의 뿌리와 새싹이 이 모든 벽돌담들을 무너뜨릴 것이다. 
우리는 함께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는 매년 300일 이상 세계를 돌며 '희망의 이유'를 강연한다. 몇 년 전 방한했을 때 댁이 어디냐고 묻는 어린 소녀에게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비행기 안"이라고 답했다.

뿌리와 새싹 운동은 인간, 환경, 그리고 동물을 위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다. 
인간, 환경, 동물―이 셋이면 우리 삶 전체를 아우를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 인간 사회와 주변 환경을 위해서는 퍽 많은 일을 해왔다. 
하지만 다른 동물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려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최근 동물보호과를 신설한 서울시의 혜안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 사회도 드디어 선진화하고 있다는 확실한 징표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의 갈 길은 독존이 아니라 공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