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6.17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생명과학의 시대를 견인한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나는 촌음의 머뭇거림도 없이 젠뱅크(GenBank)라고
답할 것이다. 1979년 미국 국립로스앨러모스연구소의 핵물리학자 월터 고드(Walter Goad)가 DNA
염기배열 정보를 모으기 시작한 게 발단이 되어 1982년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에
'유전자은행'이 세워졌다. 재원은 거국적으로 마련됐다. 국립보건원은 물론 미국과학재단·국방부·
에너지부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 덕분에 젠뱅크는 18개월마다 데이터양이 두 배로 증가하며 30년
만에 무려 10만여 생물종의 유전 정보를 보유하게 됐다. DNA를 연구하는 세계 모든 학자가 정보를
입력하고 누구든 자유롭게 그 정보를 사용해 분석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한 덕에 유전학이
폭발적으로 발달했다.
나는 10여년 전부터 생태학(Ecology) 분야의 젠뱅크라 할 수 있는 에코뱅크(EcoBank) 의 구축을 꿈꿔왔다.
나는 10여년 전부터 생태학(Ecology) 분야의 젠뱅크라 할 수 있는 에코뱅크(EcoBank) 의 구축을 꿈꿔왔다.
유전 정보로 시작한 생물학의 빅데이터(BigData)는 결국 생태 정보의 집결로 마무리될 것이다.
DNA 정보는 단순히 네 염기의 첫 글자들(A-C-G-T)로만 구성돼 있지만, 생태계 정보는 생물종 목록에서부터 그들과 환경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정보를 수록해야 한다. 그러나 규모는 엄청나지만 생태 정보는 이미 세계 여러 기관에
다양한 형태로 수집되고 있다. 이제 그들을 한데 엮는 플랫폼을 만들 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와 더불어 생물다양성 문제를 논의하는 새로운 UN 산하 기구인 IPBES (생물다양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와 더불어 생물다양성 문제를 논의하는 새로운 UN 산하 기구인 IPBES (생물다양성
과학기구)가 설립되었다. 우리나라는 비록 사무국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생물다양성 정보를 관리하는 전담 부서를 맡아
최근 국립생태원에 기술지원단이 마련됐다. 이제 드디어 나의 오랜 숙원인 에코뱅크 구축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젠뱅크(GenBank를 유치하여 세계 유전학 연구의 메카로 급부상한 것처럼 한국 국립생태원(NIE)이
에코뱅크(EcoBank)로 세계 생태학(Ecology)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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