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만물상] 뇌 운동

바람아님 2014. 10. 8. 09:10

(출처-조선일보 2014.10.08 김철중 사회정책부 의학 전문기자)


주변 어르신에게 치매가 왔는지 간단히 짐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연필을 쥐여주고 정육면체를 그려보라고 한다. 

투명한 유리 상자 같은 3차원 구조 정육면체를 말한다. 

위·아래 면을 선으로 어떻게 연결할지 인지(認知) 기능이 있어야 하고 공간 배열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그릴 수 있다. 

젊었을 때는 누구나 금세 그리지만 치매가 오면 이 정육면체를 완성하지 못한다. 

그러면 당장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치매가 생길 확률이 높은 성격과 성향이 있다. 

고집이 세거나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사람, 대화가 안 되는 벽창호, 지나친 완벽주의자들이다. 

뇌는 신경망 수억 개로 이뤄진 전자 회로 네트워크다. 

생각의 회로가 특정 신경망으로만 작동되면 나이 들어 신경 네트워크가 줄어들 경우 우회로와 대체로가 없어 치매 증상이 

잘 온다. 여러 뇌 연구는 유연하고 개방적인 사고(思考)가 다양한 신경 회로를 만든다고 말한다.

만물상 일러스트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런던 택시 운전사는 시내 곳곳을 정확히 찾아내는 길 찾기 훈련을 2년가량 받아야 했다. 

이들의 뇌를 MRI로 찍었더니 시각적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 속 해마(海馬) 부위가 커져 있었다. 

공 여러 개를 양손으로 돌려 받는 저글링을 20대 청년에게 석 달 훈련시켰더니 뇌 피질이 커졌다. 

석 달 쉬게 하고 다시 뇌를 봤더니 피질 크기가 원상으로 돌아갔다. 

뇌는 찰흙과 같아서 머리 쓰는 대로, 자극받는 대로 뇌세포가 늘었다 줄었다 하며 반죽을 한다.


▶우리 몸에서 가장 '게으른 인간'이 뇌다. 애써 머리 쓸 일이 아니면 자는 뇌세포를 깨우지 않는다. 

구구단을 백날 되풀이해봐야 뇌세포 늘리는 데는 헛일이다. 

고스톱을 배우고 익힐 때는 뇌세포가 늘어나지만 '비' 나오면 '비' 치고 '풍' 나오면 '풍' 치는 기계적 놀이가 되면 

뇌세포는 늘지 않는다. 외국어 배우기가 기억력 유지에 좋다는 것도 모든 게 새로운 학습 훈련이기 때문이다.


▶저수지에 물을 많이 채우면 가뭄이 와도 바닥이 드러나지 않는다. 치매 예방도 같은 이치다. 

뇌에는 뇌세포가 1조개 있다. 쉰 살 넘어서는 매년 1%씩 사라진다. 

평소에 써먹을 수 있는 활성 뇌세포를 늘려 놓으면 나이 들어도 잔량이 충분해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다. 

오더라도 늦게 온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근육 늘리듯 뇌세포 늘리는 뇌 운동이다. 

조선일보가 시작한 '두근두근 뇌 운동'을 매일 아침 한다면 뇌 근육이 커져서 치매에서 멀리 달아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