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日재특회 회장의 혐한책이 베스트셀러, 그 배경에는

바람아님 2014. 10. 9. 10:23
일본내 혐한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단체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약칭 재특회)의 사쿠라이 마코토 회장이 낸 혐한 책 '대혐한시대(大嫌韓時代)'가 일본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 책은 일본 아마존 닷컴 서적 실시간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기록하다가 4일 오후 현재에도 베스트셀러 5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책의 저자 사쿠라이는 3일, 트위터를 통해 책이 5쇄 인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졸저 '대혐한시대'의 제5쇄 인쇄가 이날 결정됐다고 합니다. 발매일부터 10일만에 5쇄.역시 여기까지 오면 '베스트셀러'라는 게 실감나는군요. 한사람이라도 많은 분들이 구독해주신다면 (제 의견에 동의하실지 여부를 떠나) 재특회의 주장을 아는 계기가 되어 반드시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2014년 10월 3일 22시 26분)



과연 사쿠라이가 쓴 '대혐한시대'는 어떤 책일까? 아마존 닷컴에 게재된 이 책의 소개를 보면 이렇다.

처음 목소리를 낸 것은 그였다.
"한국이 싫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
더이상 이상(異常)반일국가와는 교류할 수 없다.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 회장 사쿠라이 마코토가 외친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한국과 재일동포들은 반일국가, 반일종자들이며 그런 이들과 상종하지 말아야한다. 아시아 주의에서 결별하고 한국과 단교해야 한다. '행동하는 보수운동'을 통해 신시대를 개척하자',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의 극우주의적, 배외주의적 사상으로 버무려진 이 책이 일부 서적 판매 사이트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사실은 놀랍기 그지 없다.

사쿠라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한일단교(斷交)라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하는 그의 책은 지금까지 일본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책은 이전과 달리 반응이 뜨겁다. 왜일까?

◆ 대형서점의 '대혐한시대' 홍보 트윗 논란, 책 홍보효과 가져다줘

일본의 대형 서점 쇼센 그란데(書泉グランデ)의 공식 트위터 계정은 지난달 23일, 사쿠라이의 대혐한시대 홍보 트윗을 게재했다.

"이웃나라가 싫은 분, 왜 싫어하는지 신경쓰이는 분, 식민지지배, 전승국 흉내, 영토문제, 반일, 여기에 대해 의문을 가진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마치 혐한 시위 홍보문 같은 글귀에 많은 일본 누리꾼들이 반발했다. 특히 레이시스트 시바키대라는 반혐한단체는 서점 측에 강력히 항의했고, 결과적으로 쇼센 그란데 측은 공식 사죄문을 남기고 해당 트윗을 삭제했다.

"신간 서적을 소개해 드렸던 내용에 특정 주장을 지지하는 듯한 표현이 있었습니다. 여러 사상을 다루는 지식의 장인 서점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반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오해를 여러분께 드린 것은 결코 저희 회사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해당 트윗은 이미 삭제 조치하였습니다"

이 같은 일련의 소동 과정은 각 일본 언론에 의해 다뤄졌다. 그런데 예상외의 효과가 일어났다. 소동 이후 사쿠라이의 책에 관심이 쏠리면서 책의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다. 이 책은, 아마존 닷컴 서적 베스트셀러 정치 분야 1위로 오르더니, 종합순위에서도 한동안 실시간 1위를 기록했다. 5일 현재도 높은 순위권에서 맴돌고 있는 상황이다.

▲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대혐한시대'

이 때문에 사쿠라이 회장은 트위터에 반혐한단체를 향해 "홍보해줘 고맙다"며 조롱하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최근 일본 출판계에 불어닥친 '혐한 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일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가운데, 일본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혐한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흥행 불패'라는 것이다. 본래 혐한에 대한 고정 수요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부터 혐한 정서가 일본사회에서 급속히 확산되면서 그 수요가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혐한 서적이 '대박'은 못치더라도 최소한 '중박'은 친다는 게 일본 출판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 서점에 진열된 혐한 서적들(상단 오른쪽). 10만 부 단위로 팔리는 혐한 서적도 있다. ⓒJPNews

근래 들어 일본 출판계는 불황이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불어닥친 전세계적인 출판계 불황과 비교하면 그나마 선방하는 편이지만, 불황의 바람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히트작이 하나라도 절실한 상황에서, 일단 내면 본전은 건지는 혐한 책이 일본 출판계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혐한 붐이 근저에 있기에 '대혐한시대'라는 책이 아마존 닷컴의 베스트셀러에 오를 수 있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극우 배외주의자의 과격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점은, 일본 사회에 퍼져있는 혐한·배외주의적 정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일본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