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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북전단 향해 총격] 北, 2차 고위급 회담 앞두고 强手… 계산된 도발일 가능성

바람아님 2014. 10. 11. 09:59
유용원 군사전문기자/조선일보

입력 : 2014.10.11   

 

[對北전단에 對空 기관총 사격은 처음… 정부·軍 긴장]

지난 7일 NLL 침범 교전 이어 3일 만에 남측 상공 향해 도발
그동안 협박만 하다 실제 총격… 對南 협상서 주도권 노린 듯

대화국면으로 가던 남북관계 다시 대립구도로 전환 우려도

10일 북한군이 대북 전단에 대해 대공(對空) 기관총으로 총격을 가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 4일 인천아시안게임에 최고위급 대표단을 내려보낸 이후 지난 7일 연평도 인근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교전을 한 데 이어 이번에 또 총격을 가하는 강수(强手)를 둔 것에 정부와 군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북한이 이번 달 말 예정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앞두고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계산된 도발을 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최근 대화 국면으로 갈 것으로 기대됐던 남북 관계가 다시 대립구도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측 상공으로 전단 날아오자 쏜 듯

우리 민간단체가 경기도 연천 합수리에서 대북 전단 풍선을 날린 것은 이날 오후 2시였다. 이로부터 2시간 정도 뒤인 오후 3시 55분쯤 북한 지역 내에서 10여발의 총성이 들렸다. 군 당국은 약 1시간 뒤인 오후 4시 50분쯤 민간인 통제선 일대 아군 부대 주둔지와 삼곶리 중면 일대에 북한군 것으로 추정되는 14.5㎜ 대공 기관총탄 수발이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천 총격전 시간대별 사건 일지.
군 당국은 대북 전단 풍선이 자기들 지역으로 날아오는 걸 본 북한군이 항공기 등을 격추하는 14.5㎜ 4신(身) 대공 기관총으로 사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대공 기관총은 북한군이 23㎜ 대공포와 함께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여군들이 자주 쓰는 무기다.

일각에선 민간단체가 풍선을 날린 지 2시간 가까이 지난 뒤에야 총성이 들린 점에 비춰 북한이 실제로 풍선을 보고 쏜 것이 아니라 민간단체가 풍선을 날리자 무력시위 차원에서 기관총을 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군 소식통은 "전단 풍선은 풍향에 민감하기 때문에 바람에 휩쓸려 이리저리 이동하다 사격을 한 부대 상공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의 사격을 확인한 군은 오후 5시 30분부터 6차례 대북 경고방송을 한 뒤 5시 40분쯤부터 인근 북한군 GP(최전방 소초)에 12.7㎜ K-6 중(重)기관총 40여발을 대응 사격했다. 군은 그동안 북한 도발 시 원점(原點)은 물론 지원·지휘 세력을 타격하겠다고 밝혀 왔지만 이날은 원점을 타격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사격한 원점을 확인하기 어려워 '적 도발 원점 미식별 시 인근 지역의 적 GP로 사격한다'는 작전 예규에 따라 GP에 대응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북한과 한 차례 더 교전이 있은 후 군은 추가 도발에 대비해 K-9 자주포 등으로 대응 포격 태세를 취하고, 공군 F-15K와 KF-16 전투기 등도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한 채 초계 비행했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4시 40분쯤 총격 사실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안보실 내부회의가 열렸지만 총격 종료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까지 소집되지는 않았다.

북, 계산된 도발 가능성

군 당국은 그동안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고강도 협박을 해왔지만 실제로 사격을 한 것은 처음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우리 민간단체가 전단 풍선을 띄운 임진각을 향해 포구(砲口)를 조준,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지만 실제로 쏘진 않았다. 북이 이번에 실제 사격을 가한 것은 그만큼 북한 김정은 체제의 불안감이 크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또 이달 말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대북 전단에 대해 추가 사격을 가하는 등 도발 강도를 높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군 소식통은 "북한군 동향을 예의 주시했지만 오전까지만 해도 특이 동향은 없었다"며 "중앙 통제에 따라 치밀하게 계획된 도발을 한 것인지, 북 군부 일각의 돌출 행동인지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데 계산된 도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