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0.06 윤정호 워싱턴 특파원)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일본 대사관에 최근 긴급 훈령이 내려왔다.
각종 싱크탱크 세미나에 적극 참여해 일본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라는 내용이었다.
영어를 못하면 통역이라도 데려가 대응하고, 인맥을 쌓으라는 지시였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이후 일본 대사관 직원들이 명함을 들고 싱크탱크를 찾아 인사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은근한 로비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일본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왔다.
워싱턴에서 '큰손'으로 인정받는 일본은 대놓고 로비를 하지 않는다.
작년 한 해 정부 차원의 공개 로비액이 한국(약 40억원)보다 적은 이유다.
민간 기업과 각종 기관, 친일(親日) 재단 등이 알게 모르게 하는 로비가 그대로 먹혔다.
이들이 뿌리는 돈은 우리의 100배쯤 된다.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책 흐름이 형성되는 건 당연하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은 "일본의 '한·일 관계' '과거사' 로비에 한국 대사관이 초반 대응하는 데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관계 악화가 한국의 일방적 외면 때문이라는 인식이 힘을 얻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일본이 공개적으로 나선 건 급해졌다는 증거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에는 돈이 먹히지 않았다. 정부나 의회를 상대로 한 외교전에서 연전연패했다.
오바마 대통령까지 "(일본군위안부는) 끔찍하고 지독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상·하원은 계속해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과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사이 미국 내 11곳에 위안부 기림비와 소녀상(像)이 생겨났다.
일본 기업이 우리보다 6배나 많은 250개나 진출해 있는 미시간주 사우스필드에까지 소녀상이 세워졌다.
일본이 미국의 재정 위기로 부족해진 동북아 전비(戰費)를 대겠다며 '입안의 혀'처럼 굴어도 역부족이었다.
위안부 이슈를 인류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승화시킨 한국 측 전략의 승리였다.
하지만 최대 공신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라는 주장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태평양전쟁 전범(戰犯)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게 결정적 패착이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그날 이후 일본은 설 땅을 잃었다"는 말이 나온다. 그 결과가 수세에 몰린 일본이다.
그러다 아사히 신문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고 증언했던 이른바 '요시다 인터뷰'를 오보(誤報)였다고 취소하자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아베 총리가 3일 중의원에서 "위안부 강제 동원이 사실이 아닌 만큼 대외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변한 것도 그 일환이다.
엄청난 물량의 워싱턴 로비를 망친 장본인이 할 말은 아닌 듯하지만, 도발을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사례를 보면서, 워싱턴 일각에서는 혹시 아베 같은 'X맨'(상대방에게 유리한 일을 하는 사람)이 우리 쪽에서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내 정치용으로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한·일 관계를 악용하다 낭패를 보는 경우다.
한·일 문제만큼 머리와 가슴을 분리하는 게 어려운 경우도 많지 않다.
게다가 지지율을 위해 또는 선명성을 과시하려고 가슴만 강조하면 국익(國益)을 해칠 가능성이 100%다.
개인적 이득을 위해 국제적 실리까지 잃는 전철(前轍)은 일본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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