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사설] 현대차 81조원 투자, '기업가 정신' 꽃피울 씨앗되길

바람아님 2015. 1. 8. 01:46

[세계일보 2015-1-7 일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제 '통 큰' 결단을 내렸다. 현대차는 2018년까지 80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기업 투자 사상 최대 규모다. 연간 자동차 판매량을 900만대로 늘려 글로벌 톱 메이커로 부상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기업 투자가 움츠러든 불황기에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래를 생각하는 투자'의 방향이 엿보인다. 현대차는 연구개발(R&D) 분야에 31조6000억원을 투입하고 7345명의 인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미래 성장을 위해서 친환경·스마트카의 경쟁력이 우선이라는 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국내 투자를 크게 늘린 대목이다. 전체 투자액의 76%인 61조2000억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해외투자에 치중한 그간의 흐름과는 다르다.

기업의 투자는 그 자체가 선(善)이다. 투자가 늘어나면 고용이 늘고, 개인의 소득이 증가한다. 기업이 수행하는 최고의 사회공헌이자 존립 목적이다. 정부가 아무리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진입, 고용률 70% 달성을 외쳐도 기업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산업화시대 압축 성장도 정부의 자금 배분, 기업의 투자, 국민의 땀이 어우러졌기에 가능했다.

우리 경제는 심각한 불황을 맞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강의 기적'을 일군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나야 하는 시점이다. 대기업들은 금고에 돈을 쌓아 놓고도 좀체 문을 열지 않는다. 오랜 경기 부진 속에 가계와 정부의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질 못한다. 이십대 절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의 신조어까지 나도는 지경이다. 오죽했으면 대학 졸업까지 미루겠는가. 이런 경제 한파를 녹일 수 있는 것은 적극적인 기업 투자뿐이다.

우리의 기업환경을 보면 기업에게 무조건 돈 보따리를 풀라고 요구할 처지가 못된다. 각종 규제와 고임금·저효율의 노동관행으로 기업의 투자 의욕은 싸늘하게 식은 지 오래다. 기업인을 뭇매질하는 반기업 정서도 뿌리 깊다. 국정감사철만 되면 기업인을 줄줄이 불러 호통이나 치고 있으니 이런 척박한 풍토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기업가 정신이 제대로 발아될 리 없다.

현대차의 대규모 국내 투자에 이어 제2, 제3의 '통 큰' 투자가 나오도록 하자면 기업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하고 노동개혁을 위한 노사 대타협도 해야 한다. 경제법안 처리를 뒤로 미룬 국회도 깊이 각성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5일 경제인 신년인사회에서 "지난 70년간 기적의 견인차는 기업이었고 원동력은 기업가 정신이었다"고 했다. 올 한 해 경제회생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기업은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투자의 싹이 제대로 발아되도록 척박한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 그 씨앗은 그제 현대차가 뿌렸다.

[사설]정몽구 회장의 기업가정신, 구글과 경쟁 나서다

[동아일보2015-01-08]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18년까지 향후 4년간 80조7000억 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사상 최대였던 작년의 14조9000억 원보다 연간 35% 이상 늘어난 액수다. 전체의 76%를 국내에 투자하고 7345명을 채용해 스마트카와 친환경차 연구개발(R&D)에 집중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업가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투자 발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5일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적극적 투자를 당부한 다음 날에 나온 것이지만 단순한 ‘화답’ 차원은 아니다. 2013년 8월에도 박 대통령은 10대 민간 그룹 회장단에 투자 활성화를 요청했고, 회장들은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했으나 ‘행사용 립 서비스’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쌍두마차인 현대차는 지난해 원화 강세로 고전하면서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서 밀리는 기색이었다.

지금 세계경제 현장에서는 ‘3차 산업혁명’으로 불릴 만큼 급속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3500여 개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개막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것은 스마트카, 드론, 3D프린터, 사물인터넷(IoT) 같은 첨단 융합 제품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CES 2015 특집기사에서 “이제는 CES가 가전(家電)쇼 아닌 차전(車電)쇼”라며 자동차를 맨 앞에 소개했다. 자동차가 지리와 음성을 인식해 자동으로 운행하는 슈퍼컴퓨터가 되고,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날이 곧 다가온다. 현대차의 경쟁자는 미국 자동차회사 GM이 아니라 구글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불과 17년 전 인터넷 검색 업체로 출발한 구글은 운전자 없이 컴퓨터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들어 시범운행 중이며 2017년에는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은 세계의 142개 최고기술 중에서 미래형 선박 단 1개만 확보하고 있다. 미국 87개, 일본 33개에 한참 밀리면서도 중국의 추격으로 전자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이 흔들리고 기업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미국 중국 일본 유럽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10∼40% 늘었지만 한국 주요 기업들만 2.2% 줄었다.

어려울 때일수록 뚝심으로 투자하는 기업가정신은 위기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시장과 분야를 발굴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신하는 것이 살길이다. “이봐 해봤어?”의 도전정신으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정면 돌파해야 미래가 열린다. 현대차의 선도적 발표가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