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2.10 허윤희 기자)
['흔해빠진 풍경 사진'展… 저작권에 대한 두 巨匠의 항변]
-저작권 소송 패소 '솔섬' 케나
아마추어는 카피해도 되지만 기업까지 그 이미지 써선 안돼
-풍경사진의 大家 배병우
독창성 인정 않는 한국의 풍토… 이번 사건 계기로 공론화되길
"이 양반, 천연기념물이에요."
배병우(65)가 마이클 케나(62)를 가리키며 껄껄댔다.
배병우(65)가 마이클 케나(62)를 가리키며 껄껄댔다.
"이제 흑백으로 풍경 찍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어요. 다 컬러로 갔지.
그렇지만 흑백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어요. 그 에센스를 잘 끄집어내는 사람이 이 양반이고." 케나가 응수했다.
"이미지를 흑백으로 축약시키면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죠.
한 편의 시(詩)처럼. 이런 스타일을 찾는 데 40년이 걸렸어요."
흑백의 풍경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둘의 사진은 다르다. 배병우(왼쪽)와 마이클 케나는 “평생에 걸쳐 고안해낸 스타일” 이라고 했다. 왼쪽이 케나, 오른쪽이 배병우 사진이다. /이태경 기자 |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6일 개막한 '흔해빠진 풍경 사진'전.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둘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흔해빠진…'이란 제목은 지난해 말 한국 법원 판결에 대한 반어적 수사법.
케나는 자신의 강원도 삼척 '솔섬' 사진을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공모전 당선작을 광고에 활용했다며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냈었다. 한국 법원은 지난해 3월 1심에 이어 12월 항소심에서도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자연물 촬영은 구도 설정에 창작성이 없다는 취지, 즉 풍경 사진엔 저작권이 없다는 판결이다.
6일 전시장에서 만난 두 작가는 "창작자들의 권리와 독창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 풍토가 아쉽다"며
6일 전시장에서 만난 두 작가는 "창작자들의 권리와 독창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 풍토가 아쉽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문제가 공론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의기투합했다"고 했다.
케나에게 대한항공 솔섬 사진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음… 나이스 카피!"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베끼는 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아마추어가 카피한 이미지를 사용하는 건 문제가 있어요.
미국의 게티나 코르비스 같은 사진 에이전시는 작품 소장 과정에서 카피인지 아닌지 굉장히 면밀하게 검토합니다.
독창성을 그만큼 중시하는 거죠."
배씨는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 있지만 문화 수준은 낮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라며
"창작자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국제적 망신"이라고 했다.
전시장엔 둘의 흑백사진이 뿜어내는 기운이 팽팽하게 차 있다.
전시장엔 둘의 흑백사진이 뿜어내는 기운이 팽팽하게 차 있다.
배병우는 경주 남산 소나무를 찍은 120호짜리 대작 3점을,
케나는 솔섬 사진을 비롯해 파리 센강과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지방의 샤토 로칠드 포도밭, 부르고뉴 지방의 시골 마을,
프랑스 남부에 있는 니스 해변 등 30여점을 걸었다.
배씨의 경주 소나무가 남성적 기를 발산하며 공간을 압도한 반면 케나의 사진은 작고 응축적이다.
마이클 케나가 2007년 찍은 강원도 삼척 솔섬.
/공근혜갤러리 제공
배병우는 30대 때 우리 땅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찍기 위해 한 해 10만㎞씩 차로 달렸다.
그러다 경주 왕릉의 소나무를 발견했다.
"변산반도 소나무는 국가가 배를 만들기 위해 기르는 나무이고,
경북 울진 소나무는 관가를 짓기 위한 소나무예요.
그런데 경주 왕릉 옆에 심어진 나무는 경배의 나무죠.
왕의 영혼이 소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라는 뜻이고 우리가 벨 수 없는 나무예요."
서로의 작품에 대해 평가해달라고 했다.
서로의 작품에 대해 평가해달라고 했다.
배씨는 "나는 케나 사진을 아주 좋아하고 존경한다.
파리를 찍은 작가 3명을 꼽으라면 브라사이, 랄프 깁슨 그리고 마이클 케나"라고 했다.
케나는 더 극찬을 쏟아냈다. "배 작가의 소나무 사진을 보면 안데르센 동화가 생각나요.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릴 것 같지만,
몇년이라도 헤매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죠. 소나무를 보면 뱀이 기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댄서의 춤 같기도 하고…."
배병우가 또 껄껄 웃는다. "야, 구라 좋은데. 비평가 하셔도 되겠어요."
전시장 입구에 걸린 작품은 풍경 사진의 대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에 대한 경의를 담은 마이클 케나의 사진이다.
전시장 입구에 걸린 작품은 풍경 사진의 대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에 대한 경의를 담은 마이클 케나의 사진이다.
프랑스 브레타뉴 지방의 시골길이 쭉 펼쳐져 있다. 제목이 '브레송에 대한 오마주'.
아이디어를 얻었다면 출처를 밝히는 것이 작가의 도리라는 걸 두 거장은 항변하고 있다.
3월 8일까지. (02)738-7776
전시주제 - '흔해빠진 풍경 사진'展… 저작권에 대한 두 巨匠의 항변
(배병우와 마이클 케나)
기간 - 2015/02/06 ~ 03/08
공근혜갤러리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동 157-78 (삼청로7길 38)
(전화 - 02-738-7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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