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1329

바람에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연꽃 [조용철의 마음풍경]

중앙일보  2024. 6. 30. 07:00 한여름 7월은 연꽃의 계절 불볕더위 장마 태풍 벗 삼아 피는 바람에 흔들려도 절대 꺾이지 않는 모진 고난 이겨낸 거룩한 성자. ■ 촬영정보 「 장마가 시작됐다. 한 해의 딱 절반 6월의 끝, 이제 연꽃의 계절이다. 렌즈 24~70mm, iso 100, f8, 1/80초. 」 https://v.daum.net/v/20240630070035289바람에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연꽃 [조용철의 마음풍경] 바람에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연꽃 [조용철의 마음풍경]빗방울 점점이 연밭에 파문 일고 연잎 위에 모여 앉은 하얀 물방울 뻘밭에 피어난 가냘픈 연꽃 송이 바람결에 몸을 맡겨 춤을 추네. 한여름 7월은 연꽃의 계절 불볕더위 장마 태풍 벗 삼아 피는v.daum.net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잔잔한 수면을 깨우는 물방울

한국일보  2024. 7. 1. 04:30 ‘동해에 강 위로 떠오르는 일출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해와 맞닿은 강원 양양군 남대천 수변공원을 찾았다. 이곳은 봄이면 바다에서 강으로 회귀하는 황어 떼와 가을이면 연어 떼들로 장관을 이룬다. 그러나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강물만 고요히 바다를 향해 흐른다. 가끔은 작은 물고기들이 무언가에 쫓기듯 수면을 박차고 뛰어오르지만 금세 수면은 판판한 유리창처럼 매끄러워진다. 여명이 서서히 밝아오자 붉어진 하늘이 강물을 물들였다. 어느 순간 강물과 하늘이 하나가 되자 말로만 듣던 ‘강 위로 떠오르는’ 남대천 일출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해돋이를 감상하던 중 강 위에 가로놓인 다리에서 굵은 물방울이 떨어지자 잔잔한 수면에 파문이 일었다. ..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여름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

한국일보  2024. 6. 24. 04:31 요즘 도시의 밤은 ‘별’ 볼일이 없다. 밤에도 대낮처럼 밝은 불빛이 가득해 머나먼 곳에서 반짝이는 별들이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는 별을 보려면 사람이 살지 않는 불빛이 없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 얼마 전 반딧불이를 본 감동이 진하게 남아 이번엔 빛나는 별을 찾아 강원 고성군 금강산 자락에 있는 신선대에 올랐다. 이곳은 산 정상이 그리 높지 않지만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관광객이 찾지 않는 곳이라 별을 보기에 안성맞춤이다. 밤이 깊어가고 산 아래 불빛들이 하나둘 꺼지자 하늘엔 별들이 점점 밝게 빛났다. 반달이 구름 뒤에 숨자 그렇게 보고 싶었던 은하수가 설악산의 명물인 울산바위를 무대 삼아 주연 배우처럼 등장했다.  어쩔 수 없이 갖은 공해에..

[사진의 기억] 중절모와 아이스케키

중앙SUNDAY  2024. 6. 1. 00:06 모자 위에 모자를 눌러쓴 할아버지를 보았을 때 뜬금없이 어린 시절의 소망이 떠올랐다. 길거리에서 양손에 각각 ‘아이스케키’ 하나씩 들고 번갈아 가며 이쪽저쪽 한 번씩 맛있게 빨아먹는 친구가 얼마나 부러운지 나도 꼭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긴 여름이 다 가도록 양손에 아이스케키를 쥐어 보겠다는 나의 소박한 소망은 그냥 잊히고 말았다. 모자 두 개를 쓴 할아버지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까. “돈을 모아서 이번 장에는 기필코 챙이 넓은 모자와 점잖은 중절모를 한 번에 장만해보리라”하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 장터나 거리에서 흰옷에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우리에겐 의관을 정제하는 오랜 전통, ‘의(依)’가 앞서는 ‘의식주’..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바닷가 돌탑에 쌓아 올린 가족의 희망

한국일보  2024. 5. 13. 04:32 언제부터인가 사찰 주변에서나 볼 수 있던 돌탑이 참 많이도 생겨났다. 사람들이 재미 삼아 시작한 돌쌓기가 규모가 확대되면서 저마다의 사연과 흔적들이 켜켜이 쌓인 결과일 것이다. 돌탑 하면 먼저 생각나는 곳이 진안 마이산 탑사이지만, 아기자기한 돌탑은 강원 인제군의 백담사가 으뜸이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사람들이 수양을 위해 사찰 앞 강가에 쌓은 크고 작은 돌탑은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남기며 명소로 자리 잡았다. 지난주 인천 영종도 하나개해수욕장 옆 바닷가에서도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돌탑을 발견했다. 바닷가에서 본 돌탑은 이전에 흔히 봐왔던 그것과는 느낌이 아주 달랐다. 시시각각 밀려드는 파도와 세차게 부는 바닷바람, 그리고 날카로운 갯바위 위에 위태롭게 서 있..

꾀꼬리 소리에 붉은 연등도 화들짝…부처님오신날 앞둔 각원사 [조용철의 마음풍경]

중앙일보  2024. 5. 12. 07:00 늘어선 연등마저 졸리운 산사의 오후 암수 화답하는 꾀꼬리 소리 울려 퍼진다. 하늘빛 샘물 위에 고요히 번지는 파문 졸음에 겨운 붉은 연등이 화들짝 놀라 깬다. 졸지 말고 수행하라 부처님 가르침 따라 흰 구름도 샘물 위에 제 모습 비춰 본다. ■ 촬영정보 「 며칠 앞으로 다가온 부처님오신날, 충남 천안 각원사. 렌즈 24~70mm, iso 100, f10, 1/125초. 」 https://v.daum.net/v/20240512070048284꾀꼬리 소리에 붉은 연등도 화들짝…부처님오신날 앞둔 각원사 [조용철의 마음풍경] 꾀꼬리 소리에 붉은 연등도 화들짝…부처님오신날 앞둔 각원사 [조용철의 마음풍경]늘어선 연등마저 졸리운 산사의 오후 암수 화답하는 꾀꼬리 소리 울..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사랑의 향기를 담은 등나무꽃

한국일보  2024. 5. 6. 04:31 어느 황량한 골목길을 지나가는데 낯선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그 향기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녹슨 창살과 금이 간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골목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나 이 황량함을 뒤덮는 듯 무성한 등나무 덩굴이 담벼락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자태를 드러낸 보라색 꽃들은 용 비늘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여름철 햇빛을 가려주는 ‘그늘막’ 등나무였지만, 그날은 꽃의 아름다움을 맘껏 발산하고 있었다. 4~5월에 피는 이 꽃은 포도송이처럼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고, 은은한 향기는 온 골목을 가득 채웠다. 무심코 지나가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그 아름다움에 취했다. 누군가 먼저 휴대전화를 꺼내 꽃을 촬영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주변 사람들도 사진에 담기 바빴..

[사진의 기억] 소달구지와 아이들

중앙SUNDAY  2024. 5. 4. 00:06 아이들을 가득 태운 소달구지가 보리밭 옆을 지나고 있다. 꼬박 걸어서 집에 가야 할 판인데 옆집 아저씨의 소달구지를 만났으니 운수대통한 날이다. 울퉁불퉁한 길이라 달구지가 삐거덕거리고 덜컹대도 횡재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종종 길에서 소달구지를 만나면 아이들에겐 행운이지만 그러지 않아도 짐이 무거운 소에게는 피하고 싶은 불운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가 드물던 시절, 설사 자동차가 있다고 해도 자동차도로가 없으니 무용지물이던 그 시절 시골길에는 소달구지가 요긴한 이동 수단이었다. 산자락을 몇 개쯤 돌아야 마을에 도착하려나. 오른쪽에 외딴 초가집 두 채는 아직 더 깊이 들어가야 동네가 나올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보리밭에선 보리가 파랗게 물결치고 길가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