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4. 4. 29. 04:32 만물은 어둠 속에 빠져있고 날이 밝기는 요원한 이른 새벽. 조용한 산사에 갑자기 천둥 같은 우렁찬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화엄사(전남 구례군)가 깨어나는 순간이다.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서 유래한 천년고찰답게 새벽에는 범종, 법고, 목어, 운판을 가리키는 불전사물의 소리에서 시작하고, 해 질 녘 또 한 번 소리로 하루를 마감한다. 삼라만상의 어둠을 걷어내고 천하의 만물을 깨우는 의식인 동시에 하루를 마무리하고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이다. 제일 먼저 울린 법고는 땅 위에 사는 중생을, 목어는 물속에 사는 중생을, 운판은 공중을 날아다니는 중생을, 마지막을 장식한 범종은 천상과 지옥에 있는 중생을 일깨우기 위해 울린다고 한다. 하지만 굳이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