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詩와 文學

[가슴으로 읽는 동시] 호박꽃

바람아님 2014. 7. 22. 09:51

(출처-조선일보 2014.04.25 이준관 아동문학가)


호박꽃

털털하게 땅을 기어간다고
아무거나 타고 올라간다고
흔하디흔한 꽃이라지만
예쁘지 않은 꽃이라지만

그보다 따뜻한 꽃이 없지
그만큼 넉넉한 꽃은 없지.

땡볕에 몽롱하던 날
찾아온 땅벌 한 마리
주린 배 가득 먹이고도
단 꿀 한 통 들려 보냈지.

크고 넓은 잎 치마폭엔
반가운 이 오면 주려고
싱싱한 애호박 하나
남몰래 키우고 있지.

―안학수 (1954~)

[가슴으로 읽는 동시] 호박꽃
/유재일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호박꽃은 수더분하고 넉넉한 꽃이다. 
어머니의 치마폭처럼 품이 크고 넓은 꽃이다. 
호박꽃은 벌이 날아오면 벌을 배불리 먹이고도 꿀 한 통 들려서 보낸다. 
반가운 사람이 오면 주려고 싱싱한 애호박을 남몰래 키운다. 
우리 밥상에 자주 올라오는 반찬이 호박이다. 
반찬이 떨어지면 울타리 밑에 심은 애호박을 따다 호박국을 끓이거나 호박전을 부쳤다. 
호박이 노랗게 익으면 따다가 호박죽을 끓여 이웃과 나눠 먹었다.

시골집 울타리에 피던 흔하디흔한 꽃, 우리네 어머니를 닮은 꽃, 인정이 넘치는 시골 사람들의 성정을 닮은 꽃, 
그러기에 어려운 때일수록 더욱 생각나는 꽃이 바로 호박꽃이다. 
세월호 침몰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지금은 
호박꽃의 따뜻한 가슴과 어머니 치마폭 같은 마음으로 그들의 아픔을 감싸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