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詩와 文學

[가슴으로 읽는 동시] 원두막에서

바람아님 2014. 8. 8. 09:14

(출처-조선일보 2014.08.08 이준관 아동문학가)


가슴으로 읽는 동시 일러스트


원두막에서


무서운 이야기가 자꾸 생각나
잠이 오지 않았어요.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는
무서운 이야기를
원두막 지붕까지 바짝 내려와
귀 기울여 듣던 별들도
밤늦도록 멀뚱거렸어요.

보름달도 무서웠는지
똥글똥글한 눈으로
원두막만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할머니
머릿속에 있을 때에는
잠을 잘도 잤을
무서운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서는 좀처럼 잠들지 않았어요.


ㅡ박성우(1971~)

여름이면 원두막에는 '빠알간' 햇덩어리처럼 수박이 익어가고, 

소나기 지나가고 나면 뾰족한 지붕 너머 무지개 둥그렇게 걸렸다. 

밤이면 반딧불이가 별똥별처럼 날아들고, 

논둑에서는 개구리가 울어댔다. 

여름의 정겨운 풍경이었던 원두막도 

이제는 점점 사라져 추억의 풍경이 되어버렸다.

원두막은 대개 언덕바지에 자리 잡고 있어서 

낮에는 바람이 솔솔 불고, 밤에는 수박씨처럼 총총 박힌 별들이 잘 보였다. 

이 동시 속의 아이처럼 별들을 보면서 

여름밤에 원두막에서 듣던 무서운 도깨비와 귀신 이야기는 

얼마나 무섭고 으스스했던가!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 동시 속의 아이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별이 총총 빛나고 보름달이 환한 여름밤에 

원두막에서 별과 보름달과 함께 듣던 옛날이야기가 문득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