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5-4-6
일본 군부가 "미군이 일본 본토에 상륙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바닷물은 인체와 성분이 비슷하니 바닷물을 이용한 혈액 대체제를 만들어보라"고 일본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기도 했다. 규슈대 의료진이 미군 포로들의 폐를 적출하거나 혈관에 바닷물을 주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이 사건에 대한 단죄 과정은 용두사미로 흘러갔다. 연합군 군사 법정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 뒤 의료진 23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특히 그중 5명은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후 6·25가 터졌다. 미국은 당초 일본을 철저하게 징벌하고자 했다. 그러나 6·25 이후 일본을 병참기지로 활용하면서 일본 항복 직후 가했던 각종 정치·경제적 통제를 크게 완화했다. 이 과정에서, 생체 해부를 주도해 사형을 선고받은 주범 중 옥중 자살한 1명만 빼고 전원이 사면받았다. 굳이 자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 기류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단죄 과정은 용두사미로 흘러갔다. 연합군 군사 법정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 뒤 의료진 23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특히 그중 5명은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후 6·25가 터졌다. 미국은 당초 일본을 철저하게 징벌하고자 했다. 그러나 6·25 이후 일본을 병참기지로 활용하면서 일본 항복 직후 가했던 각종 정치·경제적 통제를 크게 완화했다. 이 과정에서, 생체 해부를 주도해 사형을 선고받은 주범 중 옥중 자살한 1명만 빼고 전원이 사면받았다. 굳이 자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 기류가 만들어진 것이다.
전후(戰後) 일본 문학의 거장 엔도 슈사쿠(1923~1996)는 이 사건을 소재로 '바다와 독약'을 썼다. 그는 작품 속 인물의 입을 빌려 일본 사회에 이렇게 물었다.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도 역시 나처럼 한 꺼풀을 벗기면 타인의 죽음이나 고통에 대해 무감각한가. 약간의 나쁜 짓이라면 사회에서 벌 받지 않는 이상 별다른 가책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으면서 오늘까지 살아왔는가."
그동안 일본은 주로 만주에 설치한 세균전 부대인 731부대에서 포로와 민간인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본 영토 내에 있는 의과대학과 다른 부대들도 자체적으로 생체 실험을 해왔다는 정황들이 관련자 증언과 기록물 발견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미군 포로 생체 해부 사건은 규슈대 안에서 오랫동안 금기였다. 하지만 전후 70년을 맞아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국내외 우려가 커지면서 서서히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규슈대 동창들을 중심으로 "전쟁의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의학부 교수회의에서 의학역사관 개관을 계기로 부정적인 역사도 공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라 히로시 규슈대 의대 동창회 의학역사관건설실행위원장은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 자료를 전시하는 데 대해 동창회 내부에서 반대가 없었다"고 말했다. 규슈대는 8일부터 역사관을 일반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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