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4.08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통진당 쇼크 빠진 진보세력… '反애국세력' 불신 떨치려면
민주적 헌법 테두리 안에서 평등·연대의 이념 추구해야
극단 아닌 '中道 진보' 지향해' 통일·분권·복지' 실현 나서길
세계적으로 저명한 독일의 진보 철학자 하버마스는 민주 헌법에 제시된 가치와 제도에 충성하는
'헌법적 애국주의'를 주창한 바 있다.
하버마스의 헌법적 애국주의는 원래 나치의 파시즘에 대응하여 제시된 것이지만 오늘날 국제화 시대에
편협한 민족주의와 공허한 세계주의를 넘어서는 민주적 국민 통합의 이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하버마스의 헌법적 애국주의와 같은 민주적 애국주의를 지향하는 진보주의를
'애국적 진보주의'로 규정할 수 있다. 애국적 진보주의는 민주적 헌법 체제 내에서 평등과 연대와 같은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진보 이념이다.
통합진보당 사건 이후 치명상을 입은 진보 세력이 재생할 수 있는 희망은 바로 이 애국적 진보주의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대한민국 헌법 체제에 충성하는 '애국적 진보'의 길로 가야 진보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진보 세력은 국민에게 비애국적으로 비치고 있다.
북한을 추종하거나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반(反)애국적 세력으로 불신받고 있다.
이러한 불신을 떨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제시해봐도 정치적으로 왜소한 주변 세력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따라서 진보가 재생하고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정치 세력으로 성장하려면 북한 추종 세력과 분명히 선을 긋고
대한민국의 헌법에 충성하고 헌정 질서를 준수하면서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는 진보,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진보, 요컨대 애국적 진보의 길로 가야 한다.
이 길로 가야 진보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진보가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헌법에 충성해야 할 역사적 이유가 있다.
우선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에는 보수 세력만이 아니라 진보 세력도 기여하였다.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한 역사적 토대를 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농지 개혁은 진보 정치인인 조봉암이 주도하였다.
더구나 최초 헌법은 사회민주주의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었다.
현행 헌법은 진보 세력이 주도한 1987년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다.
또한 경제 질서를 규정한 헌법 119조에는 자유기업주의만이 아니라 경제민주주의도 포함되어 있다.
비록 취약하지만 복지국가와 지역 균형 발전 관련 규정도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탄생에 진보가 기여하였고 대한민국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헌법이 진보 세력이 주도한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기 때문에 진보가 대한민국 체제에 긍지를 느끼고 나라를 사랑하고 헌법에 충성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사실 보수가 주도한 산업화와 진보가 주도한 민주화가 모두 성공하여 오늘의 대한민국이 선진국 진입 문턱까지
도달한 것이 아닌가?
애국적 진보주의는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 중국의 대국굴기(大國�起),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라는
동북아 국제 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역량 증진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국가 역량 증진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려면 효율성과 공평성, 성장과 분배, 안보와 인권, 경쟁과 협력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중도(中道)를 지향해야 한다.
애국적 진보주의가 극단주의와 근본주의를 배격하고 '중도 진보'를 지향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애국적 진보주의는 '더 큰 대한민국'과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통일국가, 분권국가, 복지국가라는 3대 국가 비전을
지향한다.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평화적 민주 통일로 사람 중심의 통일 한국을 건설하는 것, 중앙집권·수도권 일극(一極)
발전 체제를 지방분권, 지역 다극(多極) 발전 체제로 전환시키는 분권국가를 만드는 것, 육아·양로·의료·교육에서
보편적 복지가 이루어지는 복지국가를 구현하는 것 등 3대 국가 비전을 실현하여 대한민국을 지속 가능한 선진국으로
만들려는 것이 애국적 진보의 꿈이다. 이것은 또한 국민의 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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