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문제로 그동안 등 돌렸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악수를
하며 일본의 AIIB 참여를 압박했다. 27일 베이징에서 AIIB 창립
실무회의가 열리면 지분(투표권)과 총재 선임 등을 둘러싼 아시아
각국의 세력 싸움은 본격화된다.
AIIB는 1944년 미국 브레튼우즈에서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이
AIIB는 1944년 미국 브레튼우즈에서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이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을 창설하며 확립한 '달러 체제'를
중국이 '위안화 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중국은 새로운 국제 금융 질서를 건설하고 싶은 욕심이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동(東)에서 떠서 서(西)로 지는 태양의
궤도만큼 명확하게 이 구상의 최종 탄착점을 안다.
미국은 71년 전에 '달러 지폐를 가져오면 금으로 바꿔주겠다'고 선언하며
대영제국이 지배하던 국제 금융 체제를 순식간에 뒤엎었다.
중국은 아직 미국만 한 배짱은 없다. 그래도 미국이 누리는 기축통화국의 특혜를
꿈꾸고 있다. 실업자가 늘어나는 국내 금융 위기는 겪어도 영토 매각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대외적 외환 위기는 절대 겪지 않는 특혜이다.
하지만 중국이 샴페인을 터트리는 사이 주변국들은 슬슬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샴페인을 터트리는 사이 주변국들은 슬슬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미국의 독점을 비판하며 출범한 AIIB지만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들은 AIIB가 본부를 베이징에 두고 초대 총재에 진리췬 임시 사무국장이
내정됐다고 보도한다. 핵심 운영진도 중국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IMF와 세계은행의 본부를 워싱턴에 두고 총재를 승전국인 미국과 유럽이
나눠 갖는 브레튼우즈 체제와 무엇이 다른가.
AIIB와 같은 성격의 지역개발은행인 ADB(아시아개발은행)의 경우 총재는 대주주인
일본이 맡지만 본부는 필리핀 마닐라에 두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오히려 훨씬 후퇴했다.
미국은 전쟁 승리의 여세를 몰아 달러 체제를 건설했다.
미국은 전쟁 승리의 여세를 몰아 달러 체제를 건설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중국·브라질 등 신흥국들이 '미국 독식(獨食)'에 반발하자
인사·지분 배정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2006년)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2012년)는 이러한 유연성의
가장 큰 수혜자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6명의 경쟁자 가운데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친미(親美)
후보'로 반 총장을 선택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대 교수 출신으로 경제 경험이 없는 한국계 미국인 김용을
낙점했다. 한국인 피가 흐르는 그에게 중국이 '노(No)'라고 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중국의 국력은 상승세지만 2차 대전 직후의 미국에 비할 바는 아니다.
중국의 국력은 상승세지만 2차 대전 직후의 미국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래서 중국이 천하의 인심을 얻으려면 미국보다 전략적 유연성을 더 발휘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에서 "대국(大國)은 지역과 세계의 평화 및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에서 "대국(大國)은 지역과 세계의 평화 및
발전에 더욱 큰 책임[更大責任]이 있지만, 지역과 국제 업무에서
더 큰 독점[更大壟斷]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 미국보다 더 많은 배려와 양보를 하겠다는 약속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AIIB의 진행 상황을 보면 중국의 중점은 책임보다는 농단에 더 가깝다.
시 주석은 자기 말을 이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