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5.01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 /송윤혜
열두 고개 한 고개는 높고 한 고개는 낮고 앞에는 깊은 개울 뒤에는 얕은 개울. 한 고개는 짧고 한 고개는 길고 바위는 울퉁불퉁 소나무는 울울창창. 한 고개는 구불구불 한 고개는 쭉쭉 뻗고 말은 고꾸라지고 종은 헐떡헐떡 여섯 고개 넘고 나니 또 여섯 고개 아침에 곤양 떠나 사천 오니 해가 지네. 세상의 길과 길은 평탄한 때 한번 없나니 내 가던 길 이젠 쉬고 길 나서지 말자꾸나. | 十二峙謠 前深溪後淺溪(전심계후천계) 石磊磊松蒼蒼(석뇌뢰송창창) 駟馬蹶僕脅息(사마궐복협식) 朝發昆明泗夕景(조발곤명사석경) 吾行宜休不宜行(오행의휴불의행) |
지금의 곤양면에서 사천시까지 가는 길에 열두 고개가 있었다.
한 고개 한 고개 넘을 때마다 풍경은 달라지고 고생은 새로워진다.
구불구불 고갯길을 오르락내리락 가다보니 여섯 고개 절반을 넘었건만 여섯 고개가 또 남았다.
열두 고개를 다 넘어 사천에 도착하니 날이 진다.
이 짓도 못하겠다며 한숨이 절로 난다.
그러나 실은 여기뿐 아니라 곳곳에 열두 고개가 있다.
산천뿐 아니라 인생길 어디든 열두 고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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