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5.13 팀 알퍼·칼럼니스트)
팀 알퍼·칼럼니스트
화장실만 이용하고 나올 정도로 대범한 성격은 아니라 음료수를 한 잔 샀다.
그러고는 곧 내 쓸데없는 죄책감(?) 탓에 불필요한 구매를 했다는 게 억울해
그 가게에 주저앉아 음료수를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 상황 자체가 괜히 분하게 느껴졌다.
처음엔 이 상황 자체가 괜히 분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에 앉아 주위를 관찰하면서 새로운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나는 패스트푸드점 같은 곳은 소란스러운 10대로 가득 차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쩐지 학교를 빼먹고 패스트푸드점에 놀러 오는 게 아니면 어디 공원 같은 곳에서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며 침이라도 뱉고 다닐 것 같은, 그런 10대 말이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에는 그런 10대 대신 노인들로 가득했다.
그 노인 대부분은 혼자 자리에 앉아 트리플베이컨버거나 쿼드러플치즈버거 같은 음식에 특대 콜라를 곁들여가며
즐거운 얼굴로 먹고 마시고 있었다.
최근 한국 사람들은 혼자 밥 먹는 두려움을 어느 정도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
최근 한국 사람들은 혼자 밥 먹는 두려움을 어느 정도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
한번은 아주 예쁜 여성이 혼자 뷔페에 와서 밥을 먹는 모습을 본 적도 있는데,
혼자 뷔페 음식을 먹는 모습이 게걸스러워 보이진 않았다.
물론 뷔페 같은 곳에 혼자 와서 밥을 먹는 모습이
다른 이들에겐 사교라는 최소한의 가면마저 벗어던지고 식탐에 빠져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특히 요즘 한국의 노인들은
'식당은 반드시 다른 사람과 함께 밥을 먹으러 가는 곳'이란 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 같다.
생선구이 집이든 추어탕 집이든, 가는 식당마다 혼자 와서 밥을 먹는 노인들을 목격한다.
그들은 혼자 밥을 먹으며 신문이나 TV를 보는데 개중에는 마치 수능 시험을 끝내고 나온 고등학생처럼 행복한 표정을 짓는
분도 종종 보인다.
가장 최근에 나와 함께 밥을 먹은 사람은 식사 내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아주 능숙하게 밥을 입으로 집어넣으면서 스마트폰 게임으로 좀비 외계인들을 소탕했다.
우린 15분 만에 식사를 마치고 일어났다.
혼자 밥을 먹는 것과 별다를 게 없는 요즘 식사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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