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5.15 임병희 목수·'목수의 인문학' 저자)
마치 맷돌을 돌리려는데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다.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나를 보고 공방장이 말한다.
"그 톱날, 무뎌져서 연마하려고 빼 놓았어요." 그 말에 머리를 쿵하고 얻어맞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항상 톱날이 재단기의 그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항상 톱날이 재단기의 그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스위치를 올리고 회전하는 톱날에 나무를 자르기만 했지
그 톱날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게는 공방의 공구들을 손질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먼지를 털고 기름칠을 해 본 적은 있어도 끌이나 대패 날을 갈아 본 적이 없다.
어떤 의미로 목공은 공구를 다루는 일이다.
어떤 의미로 목공은 공구를 다루는 일이다.
기술이 좋아진다는 것은 공구를 익숙하게 다루어 나무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공구가 없다면, 공구를 제대로 쓰지 못하면 머릿속에 아무리 창의적이고 훌륭한 디자인이 있어도 그것을 구현해내지 못한다.
'서툰 목수는 연장 탓을 한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익숙한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을까? 나는 이 말을 바꾸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연장도 잘 다루지 못하는 서툰 목수가 어찌 연장을 잘 손질할 수 있겠는가?
훌륭한 목수는 자신의 연장이 무뎌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목수의 기술과 연장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
나는 기술과 공구를 따로 생각했다. 공구를 알지 못하면서 공구를 잘 다루려고만 했던 것이다.
그러니 톱질을 하면 반듯이 나가지 않았고 대패질을 해도 나무가 평탄해지지 않았다.
삶도 마찬가지였다.
삶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분도기처럼 방향을 알려주는 도구, 직각자처럼 기준을 세워 주는 도구,
톱이나 대패처럼 재단하고 다듬어야 할 도구가 있어야 했는데 그들을 바로 세워 쓰지 못했다.
서툰 목수가 연장 탓을 하듯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원망만 했다.
이제는 내 삶의 도구들에 날을 세워 보려 한다.
공방의 공구들을 살펴본다.
내 삶의 도구들을 손질해 본다.
'人文,社會科學 > 日常 ·健康'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정자의 생각돋보기]미모(美貌)에 대하여 (0) | 2015.05.16 |
---|---|
[마음 산책] 나는 왜 태어났고, 나는 누구인가? (0) | 2015.05.15 |
[길섶에서] 노욕(慾)/문소영 논설위원 (0) | 2015.05.14 |
[일사일언] '혼밥'이 어때서? (0) | 2015.05.13 |
[천자칼럼] 통곡의 방 (0) | 2015.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