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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개성 찾는 반기문 총장, 미얀마式 개방 北서도 끌어낼까

바람아님 2015. 5. 20. 09:02

동아일보 2015-5-20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개성공단을 당일치기로 방문한다. 유엔 사무총장이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찾는 것은 처음이다. 반 총장은 그동안 방북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반 총장이 개성 방문에 이어 앞으로 평양까지 방문해 김정은과 면담할 수 있다면 남북 화해와 평화 통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서도 고위급 인사가 개성공단으로 나와 반 총장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최근 개성공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으나 북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개성공단의 국제화는 요원하다. 반 총장의 방문이 개성공단 국제화의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

 

반 총장은 유엔헌장 1조에 명시된 국제평화 위협의 제거, 국제분쟁 조정 및 해결을 위해 분쟁 지역 방문을 멈추지 않았다. 2008년 5월 최악의 사이클론 피해를 본 미얀마의 군부가 유엔 등 외부의 구호를 거부하자 직접 미얀마를 찾아가 최고 실력자인 탄 슈웨 장군에게 구호 인력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했다. 2009년 7월 두 번째 미얀마 방문 때는 탄 슈웨 장군이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한다. 나도 박정희처럼 되고 싶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교류하며 받을 건 받았다”고 설명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수용하도록 했다. 결국 미얀마는 2010년 역사적 총선을 치렀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개방경제로 나오게 됐다. 반 총장은 2012년 11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악화됐을 때 관련 국가를 하루 동안 007작전 하듯 돌며 위기를 진정시키는 데 기여했다.

 

유엔은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여러 차례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고 회원국들에 제재 동참을 촉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결의안이 유엔총회를 통과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달 18일 “김정은 체제는 어느 시점에 급작스럽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 총장의 방북은 북이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벗어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의 방북을 차기 대선 행보와 연계시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반 총장이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나서는 것은 긍정적이다. 2009년에 반 총장의 방북 날짜까지 잡았다가 취소한 북한이 이번에는 세계를 향해 문을 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