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기자의 시각] '석유 시대'의 終末

바람아님 2015. 6. 11. 08:12

(출처-조선일보 2015.06.11 노석조 국제부 기자)


	노석조 국제부 기자
노석조 
국제부 기자
3년 전 동료 기자들과 '중동은 왜 불타는가'에 대해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수니·시아파라는 이슬람 양대 종파 간 갈등이 문제다" 
"미국 등 서구 열강의 지나친 개입이 화를 불렀다"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인을 밀어내고 이스라엘을 건국했기 때문이다" 등 
'왜'에 대한 여러 의견이 오갔다. 
논쟁은 "그러면 '어떻게' 해야 중동의 분쟁이 좀 덜해질까"로 흘렀다. 
답은 금세 하나로 모였다.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가 상용화될 정도로 개발되면 열강들이 석유를 차지하려고 
중동에 달려들거나 그런 열강을 등에 업고 패권 다툼을 하는 종교·종파 간 갈등이 확 줄어들지 않을까?" 
다들 소망을 갖고 이렇게 말했지만 공허했다. 너무나 먼 미래의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이 공개적으로 
'석유 시대의 종말'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며 국제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달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회의에서 "사우디도 (석유·가스 같은) 화석연료가 결국 쓸모없어지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 "그 시점이 2040년, 2050년, 아니면 그 뒤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우디는 태양에너지의 세계적 강국이 될 생각"이라면서 
"화석연료 대신 전기 에너지를 수출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 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1면 기사에서 '알나이미 장관의 발언은 석유 자원으로 막대한 부(富)를 쌓고, 
이를 통해 세계에 커다란 영향권을 행사하는 나라가 스스로 석유의 미래를 내다본 것이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석유의 나라' 사우디는 석유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움직이고 있다. 
20여년 내로 국가 총발전량의 절반인 64GW를 태양광 같은 재생(再生)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태양광 발전소를 늘려가고 있다. 사우디는 영토 대부분이 1년 내내 뙤약볕이 내리쬐고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이기 때문에 
면적을 많이 차지하는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지니고 있다. 
알나이미 장관이 파리 회의에서 미소를 띠며 "사우디에서 태양광은 석유보다 더 경제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사우디뿐만이 아니다. 천연가스 하나로 1인당 GDP가 14만5000달러(1억6000만원)라는 부국(富國)이 된 카타르는 
몇년 전부터 유명 컨설팅업체에 자문해 '천연가스의 나라'에서 벗어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왕비와 공주들도 전면에 나서 "앞으로 세상 사람들이 명화(名畵)를 보러 도하(카타르 수도)에 오도록 하자"면서 
수천억달러를 쏟아부으며 그림을 사들이고 있다. 
금융과 문화의 허브 국가가 되겠다는 야심을 이루려는 것이다.

이런 나라들이 과연 원하는 대로 '국가 개조'에 성공할까. 
그 결과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랫동안 세계 정치와 경제를 옭아맸던 '석유 패러다임'이 막을 내리고 
다른 무엇인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