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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내가 읽은 3권의 책.........전경린

바람아님 2015. 7. 5. 18:49

(출처-조선일보 1999/11/08 전경린)

[책마을] 내가 읽은 3권의 책.........전경린

●백년동안의 고독 ●금발머리 여인들 ●세월


'백년 동안의 고독'(마르케스·김병호 옮김·육문사간)을 읽는 일은 상상력의 고삐를 풀어버리는 일이다. 

무모하도록 열정적이고 광활하게, 마술적으로. 미칠 것만 같은 일이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문학사조를 급조한 사람들에게 마르케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술이라고? '내가 사는 곳에서는 도처에서, 늘상 일어나는 일인 걸.'


올해 공쿠르상 수상자에 장 에슈노즈가 선정됐다고 한다. 

연약한 여성에게 풍부한 여성적 열정이 존재한다고 했던 작가. 

'금발머리 여인들'(이재룡 옮김·현대문학간)은 몹시 낯익으면서도 말할 수 없이 현대적이다. 

그는 추리작가가 그렇게 하듯, 인물에게 숨겨진 내면심리를 신뢰하지 않는다. 관계와 증거와 알리바이를 우위에 둔다. 

수면을 차는 새와 같이 심리의 표면을 훑고 가는 솜씨가 멋지고 단어의 선택과 비유도 매혹적이다.


마이클 커닝햄의 '세월'(정명진 옮김·생각의 나무간)은 불과 며칠 전에 읽은 책. 

그는 여성보다 훨씬 더 여성을 잘 아는 남자 작가이다. 특히 나 같은 여자를. 

아마도 그는 여성이니 남성이니 하는 구분 자체가 심드렁하겠지만. 

1923년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 마지막 하루와 

1949년 평범하다 못해 여성의 정령같은 브라운 부인과 

1990년대를 사는 멜러웨이 부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세 여성의 하루를 교차 왕래하는 기법으로 쓴 소설. 놀랍고 부드러운 구성. (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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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퓰리처상·펜 포크너상 받은 소설

(출처-조선일보 2003/02/07 어수웅기자)

◆세월,(마이클 커닝햄 지음/정명진 옮김/생각의 나무/9500원)

위대한 작가는 시대를 반복하며 변주(變奏)된다.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을 쓴 1920년대 런던의 버지니아 울프는 1990년대 뉴욕 맨하튼의 ‘댄디 남성작가’에 의해서 

다시 태어났다. 1999년 퓰리처상과 펜 포크너상을 연이어 받아낸 이 장편소설, ‘세월(The Hours)’을 통해서다. 

소설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살장면을 되살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급작스럽고 힘찬 물살은 마치 건장한 남자가 강바닥에서 솟아 나와 그녀의 두 다리를 자신의 가슴쪽으로 잡아당기는 듯이 

느껴진다.”(16쪽)

커닝햄은 이번 ‘변주곡’에서 세 명의 여성과 각각의 시대를 병렬시킨다. 

1923년 런던 교외에서 살고 있는 울프, 1949년 LA에서 살고 있는 브라운 부인

그리고 1990년대의 뉴욕에서 살고 있는 댈러웨이 부인이다. 

70년의 시차를 두고 런던과 LA, 뉴욕을 왕복하는 작가는 

이들이 서로 다른 시공(時空)에서 단지 하루 동안 겪는 일들을 다루면서도 

그 안에 드리워져 있는 삶의 비밀을 울림 깊게 전달하고 있다. 

번역을 맡은 정명진씨는 “모두에게서 드러나는 죽음의 그림자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생의 가능성, 

환희가 이 작품의 주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