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7.11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과 교수)
70년 전 일제 강점에서 해방되었을 당시엔 TV, 세탁기도 없었고, 일반인이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조차 어려웠다.
어디 그뿐일까. 300년 전엔 마취약도, 항생제도 없어 염증 하나 때문에 임금이 죽고 왕자의 팔다리를
맨 정신에 절단해야 했다.
1만년 전엔 도시도, 길도, 국가도 없었고, 10만년 전 인류는 옷도, 신발도 없이 매일마다 단지
그 날 하루를 생존하기 위해 존재했을 뿐이다.
먹고 번식하기 위해 살던 동물이던 인류는 어느새 생명을 복제하고, 우주를 개척하며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신'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거다.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맨손으로 동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전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인류는 어떻게 부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일까?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신이 인간에게 식량과, 집과, 도시를 선물해 주었다고 믿었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신이 인간에게 식량과, 집과, 도시를 선물해 주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런 신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인류에게 기술과 에너지를 무료로 제공한 외계인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고 가설해보자.
결국 모든 문명과 부는 우리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냈다는 말이다. 어차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항상 존재했다.
그렇다면 과거보다 오늘 더 잘 살고, 미래가 현재보다 더 풍요롭기 위해서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더 효율적으로
재조합 해야 한다. 미국 경제학자 콥(Charles Cobb)과 더글라스(Paul Douglas)는 노동과 자본을 통해 생산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것이 바로 거시경제학에서 말하는 '콥-더글라스 생산함수'(Cobb-Dluglas production function)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긴다.
자본과 노동만으로는 생산성의 증가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게 대부분 경제학자들의 결론이다.
경제학자 솔로우(Rober Solow)가 지적했듯 노동과 자본 외에 '지식'이 투입되어야 생산성을 늘릴 수 있다.
그렇다면 지식을 통해 생산성이 개선되는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스탠포드 대학의 롬머(Paul Romer)와 하바드 대학의 맨큐(Gregory Mankiw)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는 정확히 어떤 과정을 통해 지식이 생산성을 개선하는지 여전히 알지 못하고 있다.
▲ Cesar Hidalgo "Why Information Grows", Basic Books
▲ Cesar Hidalgo "Why Information Grows", Basic Books
M.I.T. 미디어 랩의 히달고 교수는 복잡계 이론을 전공한 물리학자다.
그는 최근 저서 '정보는 왜 증가하는가'라는 책에서 생산함수를 근본적으로 재해석한다.
자본, 노동, 지식을 통해 부가 느는 것이 아니라 물질, 에너지, 정보를 통해 생산성이
증가한다는 말이다. 정보란 무엇인가.
셰논(Claude Shannon) 이론에 따르면 정보는 엔트로피(Entropy),
그러니까 '불확실성의 척도'를 통해 표현된다.
우주의 모든 것은 질서와 무질서 사이에 존재한다. 질서는 희귀하지만 무질서는 흔하다.
완벽하게 작동되는 스마트폰은 단 한번만 가능하지만, 반대로 망가지거나 분해될 수 있는
상태는 무한에 가깝다.
잘 작동하는 '스마트폰'이라는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에너지, 그리고 스마트폰에 필요한
물체들을 정확한 순서로 조합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인간 한 명이 생산하고 조합할 수 있는 정보는 언제나 한계가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정보가 연결되고 교화된다면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더 많은 정보는 더 많은 질서를 가능케 하기에, 복잡하고, 다양하고, 연결된 사회만이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가설이 이 책의 주장이다.
100% 동의하지 않더라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인 것은 확실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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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리스트]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의 뇌과학자를 매혹시킨 소설5
(출처-조선닷컴 2015.07.11)
독일에서 초·중·고와 대학을 나온
김 교수는 그 시절 원서로 읽은
소설 5권을 추천했다.
1위로 추천한 작품은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네덜란드 작가
세스 노테봄의 'The Following Story'.
이레출판사에서 '계속되는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나왔다가 절판됐다.
다른 두 권도 아직 번역 안 된 작품.
원서를 읽기 힘든 국내 독자들을
고려해달라고 주문하자,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정말 좋고 감명받은 작품들인데,
왜 번역이 안 되는지 안타깝네요.
원서로라도 꼭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국내 출판사에는 '촉구'이기도 하고요."
계속되는 이야기/ 세노스테봄/ 김용주번역/ 이레/ 1996. 7. 20. 16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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