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5-7-11
이와 함께 심각한 가뭄 피해를 겪고 있는 북한에 식량 지원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이 요청을 해오지 않기 때문에 식량 지원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지만 남북한 평화공존을 생각한다면 보다 선제적이고 대승적으로 북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장마 덕분에 가뭄이 많이 해소됐다고는 해도 북한 주민들의 1인당 식량 배급량이 하루 410g에서 310g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간 가뭄으로 밀과 보리의 수확량이 전년에 비해 4분의 1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북한의 자존심을 좀 세워주고 정책적 배려를 해 선제적 지원을 한다면 상호 신뢰 회복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이산가족 상봉 등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문제와 연관시켜 제안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또 7월 중으로 예정된 경원선 복원사업 착공식에 북한 측 관계자를 초청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이다. 국민 혈세 1500억원을 투입해 복원한 철도가 북한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북측 인사를 참여시켜 실질적인 남북 공동사업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원산을 관광특구로 개발하고 있는 북한도 경원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의 일부 종목을 마식령 스키장에서 치르는 방안도 배제할 필요가 없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 문제와 개성공단 최저임금 인상 등 논의를 위해 남측이 제의해온 개성공단 공동위원회 개최를 수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고 이희호 여사의 방북 무산도 경고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전향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기회를 잘 살려 대화와 협력의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 통일 이후의 장밋빛 전망만 늘어놔 북한을 자극할 게 아니라 의료나 식량 지원, 경원선 복원은 물론 나진-하산 물류사업 등 실무 협력의 불씨를 잘 살려야 실질적인 통일의 용광로를 켤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남측이 좀 더 성의를 보이는 게 지혜로운 판단이라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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