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7.21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17세기 폴란드 묘지 발굴하니 屍身 못 살아나게 벽돌로 입 막아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결과 당시 콜레라 첫 희생자로 추정
生物考古學 유물 분석의 성과… 국내서도 조선 시대 식습관 복원
처녀 귀신도 뱀파이어도 아닌데 무덤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사람이 있다.
11~17세기 중부 유럽에서는 뱀파이어 이야기를 어디서든 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무덤의 주인공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연구진은 뼈에서 스트론튬이라는 방사성물질을 추출했다. 방사성물질은 시간이 갈수록 방사능이 줄어든다.
스트론튬은 자연에 있는 물질이어서 물·채소·고기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체에 축적된다.
따라서 같은 곳에 살면 같은 양만큼 방사능이 줄어든 스트론튬이 몸에 쌓인다.
뱀파이어 무덤의 주인공들은 다른 무덤들과 스트론튬의 방사능이 일치했다.
생전 그곳에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이었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뱀파이어 무덤의 주인공이 역병(疫病)에 걸려 가장 먼저 목숨을 잃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17세기 중부 유럽에는 콜레라가 유행했다. 전염병에 걸린 시신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옛사람들은 죽은 사람이 행여라도 무덤에서 걸어나와 산 사람에게 해코지를 할까 봐 두 번째 목숨을 뺏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엔 우리나라에도 무덤을 찾는 과학자들이 있다.
올 초 서울대와 단국대 의대 연구진은 조선시대 사람들이 게·가재를 날로 즐겼으며 생선회도 자주 먹었다고 발표했다.
근거는 2007년부터 국내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수습된 미라였다.
미라 상태가 된 시신에는 기생충도 과거 모습대로 남아 있었다. 대표적인 기생충은 간흡충과 폐흡충이었다.
연구진은 당시 생활상을 기록한 문헌들을 조사해 흡충 감염 경로를 민물에서 나는 생선, 가재, 게와 생굴로 추렸다.
사실 현대의학은 무덤에서 발전했다.
1800년대 중반에서 1900년대 초반까지 서구 의학계에서는 해부실습용 시신의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의학은 나날이 발전하면서 해부 연구와 실습은 갈수록 늘었다. 당시 해부용 시신은 대부분 사형수였다.
그런데 사형 집행은 반대로 줄어들어 결국 해부용 시신을 구하기 어렵게 됐다.
의사들은 장의사들과 밀거래를 했다. 시신을 거래하는 암시장이 생겨난 것이다.
그보다 앞서 해부학의 시작도 시신 도둑에서 비롯됐다.
16세기 벨기에의 해부학자 베살리우스는 '해부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기반을 둔 당시 의학체계가 실제 인체와 맞지 않는다며 반기를 들었다.
그가 수천 년 이어져온 권위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실제 몸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는 침실에 사형수의 시신이나 묘지에서 훔쳐온 시신을 보관해두고 밤낮없이 해부에 매달린 끝에
1543년 세계 최초의 인체해부학 책인 '인체의 구조에 대하여'를 출간했다.
지난주 독일에서 뱀파이어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1931년 세상을 뜬 영화감독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의 무덤이 파헤쳐지고 두개골이 사라졌다.
그는 1922년 뱀파이어가 나오는 무성영화 '노스페라투'를 만든 사람이다.
드라큘라 시리즈의 원조로 불리는 작품이다.
현장에서는 주술 의식에 필요한 초를 태운 흔적이 발견돼 흑마술 신봉자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뱀파이어를 스크린에 처음 올린 감독이 뱀파이어 신봉자들의 희생양이 됐을 수 있다는 말이다.
무더위를 잊게 해주는 서늘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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