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 ]르네 마그리트의 '수확'

바람아님 2015. 8. 26. 00:07

한국경제 2015-01-19

 

 

60×80㎝, 1943년작


초현실주의 화풍의 대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는 한평생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며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란 개념을 그림으로 실천했다. 벨기에 출신인 그는 그림으로 관계의 미학(데페이즈망·depaysement)을 시도해 전후 팝아트에 많은 영향을 줬다. 데페이즈망은 모순되거나 대립되는 요소들을 동일한 화면에 결합시키거나 특정 사물을 전혀 엉뚱한 환경에 놓아 시각적 충격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초현실주의 기법이다.

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 독일이 벨기에를 점령할 당시 그가 그린 작품 ‘수확’ 역시 침대에 누워 있는 여인과 불타는 듯한 들판을 하나로 묶어 시각적인 충격을 노렸다. 르누아르의 1890년대 작품 ‘무제’의 영향을 받아 감각적이고 에로틱하게 그렸지만 독일군 점령의 공포감과 환희를 대비시켜 히틀러의 야망을 반박했다. 화려한 색채는 군국주의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독일의 벨기에 침공으로 인한 작가의 불안과 공포감을 벌거벗은 여인의 빨강, 파랑, 초록색 몸으로 표현해 극적인 묘미를 살렸다.

김경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