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8.26 팀 알퍼 칼럼니스트)
나는 서울 은평구에 산다. 서울에선 비교적 땅값도 싸고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동네이긴 하다.
하지만 서울 강남 쪽에 직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은평구에서 살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강남에 가보면 길거리 청년들이 배우나 걸그룹 멤버 뺨치게 멋진 차림으로 다닌다.
강남에 가보면 길거리 청년들이 배우나 걸그룹 멤버 뺨치게 멋진 차림으로 다닌다.
어제 아침에만 길거리에서 수지보다 예쁜 여자 2명과 김수현보다 잘생긴 남자 3명을 봤다.
갓 스무 살 정도인 청년들이 미국의 성공한 힙합 뮤지션이나 탈 법한 차를 몰고 다니는 걸 본 적도 있다.
하지만 강남 거리를 걸을 때마다 '만약 내 몸에 불이 붙더라도 저 사람들은 눈곱만큼도 신경 안 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은평구 건물은 오래되고 지저분한 것도 많다.
은평구 건물은 오래되고 지저분한 것도 많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보면 영화 '국제시장'에 나오는 엑스트라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곳 사람들은 날 투명인간 취급하지 않는다. 일전에 복숭아를 사려고 동네 시장에 간 적이 있다.
내가 과일 가게에서 복숭아를 고르고 있는 걸 본 할머니 한 분이 내게 와서 속삭였다.
"외국인 총각, 이 가게에선 열 개를 사면 하나는 더 얹어주니까 꼭 열 개 사."
우리 동네에서 혼자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면 종업원이 끊임없이 말을 건다.
내가 구석에 앉아서 스마트폰 게임을 해도 꼭 말을 건다. 다른 손님도 말을 거는 일이 많다.
결국 난 스마트폰 게임을 끄고 그들과 얘기를 나누게 된다.
강남의 편의점 직원은 대개 손님 얼굴을 쳐다보지 않는다.
물건을 사 들고 계산대로 가서 "Hello"라고 인사해도 그들은 무표정한 얼굴이다.
우리 동네에선 볼일을 보러 집 밖에 나가면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가게 주인이나 부동산에 놀러 온 아저씨들과 인사하고
얘기 나누느라 원래 용건을 까먹을 때도 있다. 여기선 웬만한 이웃끼린 서로 잘 알고 지낸다.
요지가 뭐냐고? 서울에서 사람 사는 맛을 느끼고 싶은 이라면 은평구 같은 곳에 살라는 것이다.
요지가 뭐냐고? 서울에서 사람 사는 맛을 느끼고 싶은 이라면 은평구 같은 곳에 살라는 것이다.
물론 혼자 조용히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강남에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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