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5-8-23
이런 우스갯소리도 이젠 옛말이 된 듯싶다. 간통죄 폐지 6개월을 맞아 불륜 풍속도가 많이 바뀐 까닭이다. 바람을 피우다 들켜도 상대가 적반하장으로 나오기 일쑤다. 아내가 흥신소 직원을 대동하고 나타나면 “너, 나한테 사람 붙였냐?” 하고 덤벼든다. 사생활 침해로 맞고소하겠다는 반격이다.
피해 배우자들의 대응방식도 덩달아 진화한다. 간통 현장을 덮치는 작전이 시작되면 형제, 친구들을 몽땅 데리고 나온다. 일종의 인해전술로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불륜 남녀의 꼬리를 잡기 위한 수법 역시 날로 대담해진다. 자동으로 통화 녹음을 하는 스파이앱을 몰래 설치하거나 도청장치로 은밀하게 위치를 추적한다. 배우자의 뒤를 밟는 ‘전용 택시기사’를 종종 고용하기도 한다. 불륜을 놓고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숨바꼭질 풍경이다.
간통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올 정도로 꽤나 연원이 깊다. 오늘날 남녀의 사랑 고백 때 장미를 선물하는 것도 실은 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랑의 여신’ 비너스는 원래 바람기가 많았다. 남편인 ‘불의 신’ 불카누스 몰래 자주 불륜을 저질렀다. 그녀의 아들인 큐피드가 어머니의 부정행위를 누설하지 말라고 ‘침묵의 신’ 하르포크라테스에게 부탁할 정도였다. 사실 큐피드도 ‘전쟁의 신’ 마르스와의 불륜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침묵의 신이 청을 수락하자 큐피드는 감사의 표시로 그에게 장미를 선물했다고 한다.
장미는 이후 서구 사회에서 ‘비밀을 지켜주는 꽃’이 되었다. 로마시대 공식 만찬에서는 식탁 위에 장미를 걸어두었다. 장미 아래에서 이야기한 내용은 비밀로 부쳐야 한다는 것이다. ‘비밀히’라는 뜻의 영어 ‘sub rosa(장미 아래서)’도 여기서 유래했다.
사랑의 장미가 비밀을 숨기는 ‘sub rosa’로 추락한 현실이 씁쓸하다. 배우자의 불륜은 수천송이 장미로도 덮을 수 없다. 진실한 사랑은 ‘장미 아래서’가 아니라 ‘장미 위에서’ 당당히 이뤄져야 한다. 장미는 ‘비밀’이 아닌 ‘사랑’을 지켜주는 꽃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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