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5-8-29
명나라 영락 18년(1420년)에 건설된 천안문의 원래 이름은 승천문(承天門)이다. 하늘의 명을 받아 천하를 다스린다는 뜻이다. 청나라 순치 8년(1651년)에 재건돼 이름을 천안문으로 바꿨는데 역시 하늘의 권력을 받아 천하의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는 함의를 갖고 있다. 이 문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풀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목이 터지도록 외치는 ‘중화부흥’이다. 중국의 세계경영은 역사(하늘)의 필연이고 관성이라는 의미다.
대통령이 설 천안문 성루에서 좌측 11시 방향 300여m 지점에 국가박물관이 있다. 바로 그곳이 2013년 말 시 주석이 당 총서기에 취임하자마자 정치국 상무위원 6명과 함께 달려가 중화부흥 결의를 다졌던 곳이다. 대통령이 열병식 너머로 그 박물관을 보며 한민족 부흥도 고민했으면 좋겠다.
천안문은 출전하거나 개선하는 군을 황제가 직접 사열했던 곳이기도 하다. 바로 거기에서 중국의 첨단무기가 공개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칼 같은 병사들의 열병 행진이 벌어질 것이다. 말 그대로 세계를 향한 중국의 군사굴기다. 그래서 대통령은 천안문에서 우리의 국방을 고민해야 한다. 자위를 위한 외교 육도삼략(六韜三略)도 같이 다시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이 미국에 기대지 않는 자주국방의 시작이었으면 더 좋겠다.
천안문 성루 아래로 5개의 문이 있다. 그중 가운데 가장 큰 문은 황제 전용문이었다. 명과 청의 관리는 물론 주변국 사신들은 그 옆 4개의 쪽문(?)으로 자금성의 정문인 오문(午門)에 들었다. 조공 외교를 펼쳤던 우리 조상도 예외가 아니었다. 황제를 만나기 위해 몇 달을 기다리기도 했다. 대통령은 성루 아래 좁은 문으로 드나들었던 조상의 무겁고 지친 발걸음 소리를 들어야 한다. 아니 들릴 것이다. 그리고 후손들에게 무슨 다짐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나는 그 고민이 국가 개혁의 동력이 됐으면 좋겠다. 특히 공천에만 매달리는 정치 개혁부터 했으면 좋겠다.
천안문 성루는 1950년대 김일성이 마오쩌둥과 함께 혈맹을 과시하며 두 번이나 올라 열병식을 지켜봤던 곳이다. 그곳에 박 대통령이 선다. ‘역사의 아이러니’라는 낭만적 표현보다 적과 우방 없이 힘과 국익의 논리대로 굴러가는 정글의 국제사회가 바로 천안문이다. 그래서 통일을 고민해야 한다. 나는 그 고민이 대통령 바로 뒤에 서 있을지도 모를 최용해 북한 노동당 비서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시작됐으면 좋겠다. 마침 남북 고위급 회담이 타결돼 한반도 화해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지 않는가. 누가 아는가. 그 악수가 통일의 서곡이 될지.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韓·中정상 '통일한국 국경'도 논의해야"
조선일보 : 2015.08.29
통일되면 中과 접경국 되는 중대한 지정학적 변화 맞아 예상 못한 변수 생겨날 것
朴대통령 中열병식 참석은 한반도 정세 안정 위한 방편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현재의 한반도 정세에 국한해서만 대화를 해선 안 된다. 한반도 통일과 그 이후의 상황까지 대화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중국과 국경선을 맞댄 당사자가 북한에서 통일 한국으로 바뀌면 지금은 예상할 수 없는 여러 변수가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주한 미국 대사와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다음 달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한·중은 북한 정권이 무너지고 통일 한국이 출범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주최 월드 서밋 2015 행사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힐 전 차관보는 "중국은 지금도 한국의 훌륭한 경제·정치적 파트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상대 국가를 한 차례씩 방문하는 동안 북·중 정상 간의 만남이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한·중 관계의 긴밀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통일된 한국이 중국과 접경 국가가 되는 중대한 지정학적 변화 뒤에도 양국 관계가 지금처럼 순조롭게 흘러간다는 보장을 하기 어렵다. 두 정상은 이런 '불투명한 미래'까지 상정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미국의 국제 문제 전문 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도 '지금 북한 김정은 정권의 최악의 리더십을 감안하면 이 문제가 한·중 정상회담 의제가 돼야 한다'고 썼다.
"통일 뒤 북·중 국경선이 그대로 승계되지 않고 통일 한국과 중국 간 국경 분쟁 등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이냐"고 묻자 힐 전 차관보는 "지리적 국경선이 변동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정세 급변에 따른 모든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 정상 중 박근혜 대통령만 유일하게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과 관련해 "미국 정가에도 이번 방문과 열병식 참석을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한 방편으로 지지하는 흐름이 있다"고 했다. "한반도 정세 안정에 부심하는 한국이 상호 견제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지 늘 고민하고 이런 상황을 자조하는 흐름이 있다"는 말에 그는 "한국과 미·중의 관계를 마치 고래 싸움에 낀 새우처럼 자조할 필요가 없다. 동등한 동맹의 입장에서 무엇을 할지 결정하고 실행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지난 25일 남북 간 고위급 협상 타결에 대해 "김정은 입장에서는 확성기 대북 방송을 중지한 것에 감지덕지하고, 얻어낸 게 없으니 북한이 진 것"이라고 했다. 앞서 기고문에서도 그는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에 비해 정통성을 거의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김정일이 생전 집권 시절 김일성의 권위를 확보하려 발버둥쳤던 것처럼 김정은도 선대 지도자들의 위엄을 확보하려 애쓰지만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 한·중 관계가 북·중 관계를 앞서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두 나라 중 한 나라가 침공받을 경우 자동 군사 개입하도록 한 54년 역사의 북·중 우호 조약(조·중 우호 협력 상호 원조 조약)이 향후 통일 작업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지금 중국이 과연 그 조약에 관심이나 있겠느냐"며 사문화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時事論壇 > 핫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망한민국·헬조선… 우리 청년들은 왜, 대한민국을 지옥으로 부르게 됐나 (0) | 2015.09.01 |
---|---|
열병식은 생중계 영상외교, 박 대통령 ‘표정 전략’ 필요/시진핑 주석에게 터놓고 말해야 (0) | 2015.09.01 |
[사설] 박 대통령 중국 열병식 참가 … 외교 호기로 삼아야 (0) | 2015.08.28 |
[사설] 고위급 합의 실천이 남북 상생 출발점이다 (0) | 2015.08.26 |
[사설] 극적인 타결로 성과낸 남북 고위급 접촉 (0) | 2015.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