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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 중국 열병식 참가 … 외교 호기로 삼아야

바람아님 2015. 8. 28. 09:56

[중앙일보] 입력 2015.08.28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항일전승절 기념행사에 이어 열병식에도 참가키로 한 건 실보다 득이 많을 적절한 선택이다. 청와대가 전승절 참여를 발표하고서도 열병식 참여 결정을 미룬 이유는 논란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전 때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중국군에게 박수칠 수 있는가”라는 비판은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한·중 간 밀월을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미국의 심정도 고려해야 하는 게 우리 입장이었다. 중국과 대립 중인 일본도 여전히 중요한 외교 파트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베이징행을 선택한 까닭은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는 확신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이번 방문에서 원했던 걸 챙기지 못한다면 안 가느니만 못했던 꼴이 된다.

 박 대통령이 무엇보다 얻어내야 할 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중국이 적극 나서게 만드는 것이다.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여전히 중국이 유일하다. 목함지뢰 테러 이후 벌어졌던 한반도 긴장 해소에도 중국이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중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박 대통령의 결단으로 양국 간 경제뿐 아니라 정치·외교 분야에서의 협력도 활발해지는 ‘정열경열(政熱經熱)’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런 호기를 그냥 흘려 보내서는 안 된다. 특히 한·미·중 세 나라 간에는 2일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미·중, 한·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린다. 박 대통령은 다른 정상회담들을 염두에 두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폭넓게 의견을 나눠야 한다. 이번 방문에 대놓고 반대하진 않았지만 미국과 일본의 거북한 심경은 능히 짐작된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안보의 축으로 삼는 우리로서는 “한국이 외교·안보 면에서도 중국에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양국의 의심을 풀어야 한다.

 끝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대신 최용해 노동당 비서가 베이징에 간다고 한다. 남북 정상 간 만남은 불발이 됐지만 그도 북한 내 최고위급 인사다. 박 대통령 수행진 중 적절한 인사가 나서 최 비서와의 만남을 시도해볼 만하다.

 

 

60년전 김일성 섰던 자리… 朴대통령, 시진핑과 나란히 선다

 

동아일보 2015-08-28

 

[朴대통령 中전승절 열병식 참석]달라진 南-北-中 관계 상징

퍼레이드 연습하는 러 군인들 9월 3일 전승절 기념행사 열병식을 앞두고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퍼레이드 연습을 하고 있다. 열병식에는 쿠바 이집트 등 17개국 1000여 명의 군대가 참여할 예정이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내달 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가까워진 한중관계와 얼어붙은 북-중관계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장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과 군사 참관단 3명도 참여하는 반면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오지 않고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참여하며 군대는 참관단도 보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중국이 25일 발표한 ‘30개국의 국가원수 및 정부 수뇌’ 가운데서 누구 못지않게 중국 정부가 참석에 공을 들인 외국 대표이다. 박 대통령은 귀빈 예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열병식 행사에서 6·25전쟁 당시 참전했던 인민해방군 부대를 제외하고 북한군 열병식 참석도 뺀 것은 박 대통령과 한국을 위한 배려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오쩌둥 옆 김일성 1954년 10월 1일 중국 톈안먼 광장 망루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선포 5주년 기념 열병식을 함께 지켜보는 마오쩌둥 전 중국 주석(오른쪽)과 김일성 북한 주석(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 출처 징화시보

 

27일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톈안먼(天安門) 망루에는 열병식 당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함께 박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30개국 지도자와 정부 대표 19명,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기구 수장 10명 등 정상급 외빈들이 함께 선다. 톈안먼 망루는 중국 입장에서는 외빈에게 최고 예우를 한다는 의미로 김일성 북한 주석도 1954년과 1959년 열병식 당시 섰던 곳이다. 중국이 ‘혈맹’국가 지도자로 대접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푸틴 대통령과 함께 열병식에 초대된 외국 지도자 중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데 이럴 경우 박 대통령이 시 주석 바로 왼쪽에 서고 푸틴 대통령이 오른쪽에 설 가능성이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중앙에 위치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뒷줄에 배치될 가능성까지 있다.

물론 중국 정부가 최 비서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관계를 변화시킬 의도로 파격적인 대우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은 신중론도 제기된다. 어떻든 만약 현실화된다면 한중관계와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냉각된 북-중관계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장면을 중국 인민과 전 세계에 보여주게 된다.

중국 전문가들도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이 변화된 한중, 북-중관계의 상징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주펑(朱鋒) 교수는 27일 통화에서 “1950년 이후 중조(中朝)는 혈맹관계였던 반면 한국은 적대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중한(中韓)이 친구가 되고 중조관계는 소원해지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모든 중국인에게 조선과 한국 중 누가 더 진정한 친구인지를 알려주는 매우 중대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했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량윈샹(梁雲祥) 교수는 홍콩 밍(明)보와의 인터뷰에서 “중한관계가 중조관계보다 좋고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중조관계가 벌어졌다”며 “한국은 중국보다는 서방 동맹국의 일원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오느냐 오지 않느냐가 김정은이 오느냐 안 오느냐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미국 일본 등과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것도 중국 정부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에 공을 들인 배경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스융밍(時永明) 중국국제문제연구원 부연구원은 27일 관영 언론 기고에서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미국과 일본이 (참석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한국 내에서조차 ‘미중 간 균형외교’ 문제에 대한 비판이 불거진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런민(人民)대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전승절을 앞두고 있었던 북한의 포격 도발로 북-중관계는 더욱 냉랭해졌다”며 “‘자제 요청’을 한 중국 정부에 대해 북한이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적으로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는데 이는 중국이 자신(북한)을 겨냥하는 한편 한국 편을 든다고 생각하고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김정안 기자

 

 

美 “주권의 문제… 한국 결정 존중” 日 “코멘트 않겠다” 불만 드러내

 

동아일보 2015-08-28

 

[朴대통령 中전승절 열병식 참석]

미국 국무부는 26일(현지 시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 열병식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행사 참석은 각국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며 “우리는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이번 결정을 발표하기 전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사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또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열병식에 참석하기로 한 것에 대해 “보커스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특명전권대사”라며 “전쟁 당시 미국과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치른 희생을 영예롭게 만들고 모든 관련국들의 화해와 친선을 촉진하는 것에 미국이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제삼국의 일인 만큼 정부로서는 코멘트하지 않겠다”면서 공식 언급을 피했지만 정부 내부적으로는 적잖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이 방중 자제를 요구했다’는 교도통신의 보도가 나온 직후인 10일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국내 기자들과 만나 “(군사퍼레이드) 행사가 의미하는 무게라는 게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곳에 중국 요인들과 함께 서 있는 것이 세계에 어떤 메시지로 전해지는지 생각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참석을 반대한 바 있다.

일본 언론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은 27일 자 1면 기사에서 “중국을 중시하는 태도가 다시 한번 부각됐다”며 “미국과 일본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에 우려의 뜻을 전달해 왔다. 구미 선진국의 정상이 참가를 보류하는 와중에 박 대통령만 돌출하는 형태가 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신석호 / 도쿄=장원재 특파원

 

 

美보수파 일각 “朴대통령 참석은 실수”

 

동아일보 2015-08-28

 

캐러파노 헤리티지재단 부회장, 28일 서울서 ‘북핵문제’ 학술회의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은 실수다.”

한국을 방문 중인 제임스 캐러파노 미국 헤리티지재단 부회장(사진) 일행은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헤리티지재단은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파 싱크탱크로 미국 정부의 공식 의견과 다른 강경파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이들은 “한중 관계를 고려해 전승절에 맞춰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열병식 참석은 ‘현명하지 못한 생각(poor idea)’이라는 게 전반적인 인식”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박사는 “올해 전승절은 종전을 기념하기보다 일본을 두들겨 패는 중국식 민족주의 행사”라며 “한국을 침공한 군대를 박 대통령이 사열한다는 건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8·25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대북 제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캐러파노 부회장은 “큰 착각 중 하나는 ‘우리가 무거운 대북 제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제재는 상대의 협상장 복귀가 아니라 나쁜 행동을 멈출 수 있도록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공동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안 모색’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연다.

조숭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