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9.08 류근일 언론인)
'자유·민주·인권' 가치 동맹은 우리 外交가 지킬 제일 원칙
'열병식' 참석은 방편이었고 '비용 큰 북한 포기하라'는 중국 내 전략론은 非주류
'韓·美 동맹 강화'가 최상책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은 우리 외교의 전(全)방위적 확산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교라는 것 자체가 확산, 즉 여기저기 다 진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원칙 없이 무작정 진출하는 게 외교는 아닐 것이다.
일관된 원칙을 견지하고, 그에 맞게 합목적(合目的)적으로 진출하는 게 외교 '전략'이다.
우리 외교의 원칙에 해당하는 것은 물론 한국과 미국 사이에 있는 것과 같은 자유·민주·인권·시장의
우리 외교의 원칙에 해당하는 것은 물론 한국과 미국 사이에 있는 것과 같은 자유·민주·인권·시장의
가치 동맹이다. 그리고 이 원칙을 견지하면서 우리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중국 같은 나라와도
호혜적인 관계를 열어가야 한다. 이게 우리 외교의 우선순위일 것이다. 여기에 혼선이 있어선 안 된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이번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은 우리가 가치적으로는 썩 껴안을 만한 행사가 아니었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이번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은 우리가 가치적으로는 썩 껴안을 만한 행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오쩌둥의 '제3세계 혁명론'과 전통적 중화(中華)주의를 적당히 배합한 신판 '중원(中原) 제국'의 일대 군사적
'알통 시위'였기 때문이다. 분열 행진에 참가한 외국 10개국들의 상당수는 또한 반(反)자유주의·권위주의 정권이었다.
그중 하나인 듯 끼어 있기란 퍽 어색하고 불편할 노릇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굳이 그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던 것은 그럴 '필요'에 부응한 방편적 조치였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굳이 그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던 것은 그럴 '필요'에 부응한 방편적 조치였을 뿐이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중국과 친해져야 할 '필요'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를 하던 중국을 쉽사리 우리 편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북의 최룡해가 냉대받고 가지 않았느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한반도 정책을 둘러싼 중국 내부의 논쟁을 보면 중국이 우리 편으로 명쾌하게 돌아서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 만하다.
한반도 정책을 둘러싼 중국 내부의 논쟁을 보면 중국이 우리 편으로 명쾌하게 돌아서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 만하다.
북한에 대한 '전통주의자'들의 집착이 너무 완강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김정은이 설령 못마땅해도 북한을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전략론자(strategist)'들은 북한을 편드는 건 중국의 이익에 더 이상 득이 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긴 하다. 난징(南京)군구 부사령관이던 왕훙광, 공산당 중앙위원회 학습시보 부편집장이던 덩위원,
푸단대학 교수 셴딩리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세계 여론상 북한과 한통속이 되는 건 이익보다 비용이 더 크다"
"북한이 동아시아의 핵확산을 촉발하고 전쟁을 유발하면 중국은 말려들기 쉽다"
"사회주의권이 붕괴한 마당에 중국의 젊은이들이 다른 나라를 위해 싸울 필요는 없다"
"평양에 친중(親中) 정권을 촉진하고, 그것이 한국에 통합되도록 해야 한다"
한마디로 중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북한을 결국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북한을 결국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주류가 만약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당연히 세상이 뒤집힐 일이다. 그러나 '전략론자'들은 아직 비주류, 비(非)실세다.
그런 글을 파이낸셜 타임스에 쓴 덩위원은 해직당했다. 그들의 주장이 먹힐 턱이 없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그래서 윤병세 외무장관이 제아무리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동시에 러브 콜을 받는 축복'을 호언한다 해도
지금으로선 그래서 윤병세 외무장관이 제아무리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동시에 러브 콜을 받는 축복'을 호언한다 해도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톈안먼 망루에 올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음다음 자리에 앉는 '호사(豪奢)'가 아마 다일지 모른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긴장 조성에 반대한다"고 했지만 이건 양쪽을 다 싸잡은 문투다.
"중국과 통일 논의를 하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도 중국 쪽 말까지 들어봐야 드러날 대목이다.
반면에 우방들은 한국이 어디로 가려 하는지를 새삼 지켜봐야 하게 되었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물론 "한·중 친선은 한국의 주권 사항이고, 한·미 동맹은 여전히 굳건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물론 "한·중 친선은 한국의 주권 사항이고, 한·미 동맹은 여전히 굳건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政街)의 정치인들과 정책 입안자들도 그러리라고 낙관할 수는 없다.
차기 미국 대통령 후보감들 주변에도 '한국은 믿을 수 없다.
미국은 일본만 쥐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할 참모들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공화당의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이미 그런 혐한(嫌韓) 정서를 드러냈다.
이게 워싱턴 정가의 트렌드가 될 경우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다 놓치는 격이 될지도 모른다.
중국과는 완벽한 친구가 되기 어려운데 기존 친구와는 서먹해지는 상황, 이걸 흔히 '오리알 상황'이라고 부른다.
그런 상황을 면하려면 '가장 확실한 것'을 붙들고 나가는 게 상책이다.
그런 상황을 면하려면 '가장 확실한 것'을 붙들고 나가는 게 상책이다.
그것은 전통적 동맹 관계를 지속적으로 다지는 일이다.
한·중의 대등한 친선도 그런 지렛대가 있어야 힘을 받을 수 있다.
'時事論壇 > 핫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의 훈수 "하르츠개혁 한국에 맞지 않다" (0) | 2015.09.08 |
---|---|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와 노동개혁 (0) | 2015.09.08 |
朴 "中과 조속한 시일 내 평화통일 논의 시작" (0) | 2015.09.05 |
[뉴스 분석]美 불안-日 불만 씻어낼 설득외교 펴야 (0) | 2015.09.04 |
[조선일보 사설] 밖의 시선을 더 의식해야 할 '역대 最上의 한·중 관계' (0) | 2015.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