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5-9-7
2100여 년 전 주(周)나라 무왕이 은나라 폭군 주(紂)왕을 정벌할 때 전차가 300대, 군사가 3000명에 불과했다. 그때 무왕은 백성들에게 “우리가 왔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희들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온 것이다. 너희들은 적이 아니다.(無畏 寧爾也 非敵百姓也)”라고 말했다. 그러자 은나라 백성들은 무너지듯 복종했다. ‘맹자’에 소개된 이야기다. 맹자는 그러면서 정(征), 곧 “전쟁이란 잘못됨을 바로잡는다(征之爲言正也)”는 뜻이라며, “백성들이 모두 바로잡아주길 원한다면 굳이 전쟁을 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묻고 있다.
맞는 말이다. ‘손자병법’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용병(不戰降軍上用兵)”이라며 “적군의 의도를 사전에 공략해 싸우지 못하게 하고, 상하가 같은 마음이면 나아가 싸우더라도 이긴다(攻謀伐意不懸旌 上下同心勝遠征)”고 했다.
한국 외교의 새 지평이 열렸다. 전승절 참관 등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 기간 거둔 ‘귀한 성과’가 잘 말해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올 10월 말이나 11월 초 한국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던 한반도 상황이 남과 북 간 고위급 회담으로 극적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직후의 일이라서 더 값진 외교적 성과라고 하겠다. 향후 실천단계에서 돌발변수 등을 고려할 때 ‘순풍’을 예단할 수 없지만, 한반도 주변 강대국인 미·중·러·일의 우호적 협력 아래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통일의 시발이 됐으면 하는 기대가 작지 않다.
남북대화를 중시하되 북의 행태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굳건한 한·미 동맹 아래 북한에 영향력이 큰 대중국 외교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물론 우리의 안보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두려워 말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겠다. ‘손자’는 이렇게 충고했지 않은가. “적의 침략을 방어하는 것은 바르게 항상 대비하는 데 있고(御削防侵籍正常), 전쟁의 승리는 백성을 안전하게 하는 강한 군세에 달려 있다.(勝戰安民任勢强)”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無畏寧爾: ‘두려워 말라. 너희들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한다’는 뜻.
無 없을 무, 畏 두려워할 외, 寧 편안할 령, 爾 너 이
無 없을 무, 畏 두려워할 외, 寧 편안할 령, 爾 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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