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9禁 영어 배우세요".. 온라인 강사들 노출 경쟁

바람아님 2015. 9. 19. 10:49
조선일보 2015-9-19

"작업할 때 쓰는 말들, 사랑을 나눌 때 하는 표현들, 욕설·속어, 두루두루 배우게 될 거예요."

짧은 핫팬츠를 입은 20대 여성이 '색다른 영어 강의를 약속하겠다'며 미국 영화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처럼 소파에 앉은 채 다리를 들어 올려 꼬았다. 곧이어 꼭 끼는 상의를 입고 등장한 한 여성은 "뜨거운 강의를 보장한다"면서, 몸매를 강조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 뒤로도 계속 모습을 드러낸 여성들은 하나같이 자극적인 자세와 몸짓을 선보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학원에 가는 대신 온라인 어학 강의를 찾는 대학생과 직장인이 많아졌다. 그러자 성인 수강생을 겨냥한 온라인 어학학원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성인 대상 온라인 어학학원은 1000곳이 넘는다.


온라인 영어 학원 간에 경쟁이 심해지면서 일부 학원에선 수강생 유치를 위해 여자 강사들을 내세워 노출 경쟁에 나섰다. 몇몇 인터넷 영어 강의 사이트들은 반라(半裸)의 여성 강사들을 내세운 홍보 영상을 내걸고 남자 수강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강사를 소개할 때도 '영어를 얼마나 잘 가르칠지'를 알리기보단 '미녀 강사' '레이싱모델 출신' '미인대회 출신'임을 강조하는 식이다.


한 온라인 영어학원은 여자 아이돌 그룹의 앨범 재킷 사진에 나온 옷을 강사들에게 똑같이 입히고 비슷한 포즈로 포스터 촬영을 했다. 강사들 닉네임도 '비즈니스 신데렐라' '발음의 여신' 등을 썼다. 몇 달 전 폐쇄된 한 영어 인터넷 강의 사이트는 패널로 신체 일부분을 가린 채 누드 사진을 연상시키는 광고를 냈다.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강사 프로필에는 미인대회, 리포터 출신 등의 경력을 나열했다. '성인을 위한 둘만의 개인교습' '오감을 자극하는 잉글리시' 등 성인 영화 제목 같은 홍보 글귀도 붙어 있다.


학원 측에 따르면 수강료가 한 달에 3만~5만원 정도 하는 온라인 영어학원의 수강생은 주로 30·40대 직장인이다. 직장인 수강생을 겨냥해 일부 온라인 영어학원은 강사 모집도 외모 위주로 하고 있다. 한 학원은 강사 모집 광고를 내면서 '외모에 자신 있는 20·30대 여성만이 지원할 수 있다(Must be pretty!·반드시 예뻐야 함)'이라고 못을 박았다. 한 학원은 "인터넷 강의 촬영을 위한 자기 관리가 철저한 여자 선생님을 찾는다"면서, 음악과 노래 등에 끼가 있는 선생님을 우대한다고 공지했다. 서류 제출 때도 실물(實物)과 다르지 않은 자신을 잘 나타내는 사진을 3장 이상 내도록 했다.


이런 학원들의 강의 수준은 어떨까. 수강생들은 "일부 강의에선 영어 대신 한국말로 신변잡기를 늘어놓거나 아예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강의 평가 게시판에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친다"는 호평도 일부 있지만, "강사 수준이 영어를 가르치기보단 배워야 할 수준" 같은 혹평이 적지 않다.


실제 몇몇 강의를 모니터해보니 강의 흐름과 무관하게 화면엔 여자 강사의 전신(全身) 모습이 자주 잡혔다. 가끔 가슴과 다리 등 특정 신체 부위를 '줌인(zoom in)'하기도 했다. 대놓고 '19금(禁) 영어'라며 진행하는 강의도 있다.

이런 일부 영어 학원가의 행태에 대해 영국 언론 '데일리 메일'은 지난 3월 "한국의 영어 학원들이 수강생을 모으기 위해 섹시하고 매력적인 여성 강사를 이용하는 마케팅 전략을 사용한다"고 꼬집었다. 온·오프라인을 합쳐 1만7000여 개에 달하는 국내 영어 학원 간에 수강생 유치가 치열해지면서 '여성의 성(性) 상품화'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온라인 어학학원은 교육 커리큘럼 등 일정 요건을 갖춰 시도 교육청에 신고하면 곧바로 영업에 나설 수 있다. 강의가 선정성이 아주 심할 경우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서 유해 사이트로 등록해 사후적으로 규제할 수 있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드는 온라인 어학강의에 대한 규제가 이뤄진 적은 거의 없다.


일부 온라인 어학원들은 여자 강사를 내세운 데 대해 "공부를 즐겁게 하는 당의정(糖衣錠)"이라고 말한다. 한 온라인 영어학원 관계자는 "남자 수강생들은 몸매가 출중한 여성 강사진이 강의하면 학습 집중도가 높아지고 영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다며 호평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