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초상
“좋다.”
어쩌면 이렇게 당연하고 별것 아닌 것 같은 말이 유난히 입에 맴돈다.
아직은 조금 쌀쌀한 공기를 타고 불어오는 벚꽃 내음에 괜히 설렌다.
오래 볼 수 없음을 알아서인지 꽃잎의 애잔한 색채 때문인지 여러 감정들이 느껴진다.
피어있는 모습 못지않게 떨어지는 모습 또한 인상적인 벚꽃
유독 얇은 꽃잎이 하나하나 흩날리듯 떨어진다.
따뜻한 봄에 눈이 내리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봄을 알리듯, 아지랑이와 함께 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듯하나 싶다가 봄비가 내리면 잎만 푸르게 남는다.
벚꽃을 즐기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다.
잠깐 숨돌리는 사이 사라지기 때문에 인생의 덧없음 마저 느끼게 한다.
이렇게 짧고 화려하기 때문에 더욱더 잊히지 않는 것이 아닐까.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손님.
짧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떠나는 손님.
봄의 달콤한 기억으로 우리는 나머지 계절을 보낸다.
뜨거움의 고통도 차가움의 냉정함도 짧고 따뜻했던 봄날의 기억들로 우리들은 위로되고,
다시 한발 나갈 수 있게 해준다.
아쉬운 건 점점 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중첩될수록 여러 가지 삶의 무게들이 따뜻하고 향기로운 봄의 기억들을
무심히 지나쳐 버리게 한다는 점이 속상하다.
봄의 중심에 서서 최대한 주어진 이 시간을 즐기고 느낄 것이다.
별것 아닌 것에 대한 고마움, 항상 이 계절에 어김없이 찾아와 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
슬퍼할 겨를도 기뻐할 겨를도 없이 지내는 하루하루 속에 이렇듯 실바람처럼
찾아와준 고마운 손님을 위해 뻔하지만 봄노래 메들리를 흥얼거려 본다.
“봄바람 휘날리며~흩날리는 벚꽃잎이~”
<김현정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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