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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세종대왕님, 감사합니다

바람아님 2015. 10. 13. 10:45

(출처-조선일보 2015.10.13 팀 알퍼 칼럼니스트)


팀 알퍼 칼럼니스트세종대왕님께.

감사합니다, 대왕님. 저처럼 외국인들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배우기도 쉬운 문자 체계를 
만들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의 문자와 비교하면 한글은 참 배우기 쉬운 것 같습니다.

중국의 한자(漢字)도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자이긴 합니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종종 한문을 고대 이집트나 마야제국 사람들이 쓰던 상형문자에 비유하더군요.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한문은 정말 배우기 어려운 언어입니다. 
저는 때때로 중국 사람들이 써놓은 문장을 이해하는 일보다 우주왕복선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체계를 
이해하는 게 더 쉬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어도 기본적으로 두 가지 철자 체계-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가지고 있어서 배우기에 헷갈립니다. 
거기다 한자까지 섞어 쓰지요. 유럽이나 아프리카, 중동에 가보게 되면 알 겁니다. 
그 지역 사람 중에 중국어나 일본어를 배우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인슈타인도 쩔쩔맬 정도로 배우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저 역시 아인슈타인만큼 천재는 아닙니다만,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배운 지 2시간 만에 한글의 모든 자음과 모음을 외울 수 있었지요. 
한글을 배우면서 저는 이 글자 체계가 보통 사람들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고안된 문자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 주변의 영국 친구 중에는 한국어로 말하진 못해도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이가 여럿 있습니다.

[일사일언] 세종대왕님, 감사합니다
한글은 컴퓨터 자판으로 입력하기도 쉽습니다. 
키보드 자판을 보면 영어는 철자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지만, 한글은 자음은 왼편, 모음은 오른편에 가지런히 나뉘어 있지요. 
그 덕분에 저 역시 이제는 컴퓨터나 모바일 메신저로 한글을 입력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한글 덕분에 저는 더 빨리 한국과 한국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종대왕님, 감사합니다. 한글을 만들어주셔서요. 
영국인 팀 알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