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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의 종횡무진 인문학] 일제 침략 항의하는 中國이 티베트·위구르 억압하는 이유는

바람아님 2015. 11. 8. 00:29

조선일보 : 2015.11.06 

피터 퍼듀 '중국의 서진'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
역사는 되풀이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이다. 기술 혁신, 경험의 축적으로 역사는 쉼 없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간다. 구한말 조선과 21세기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은 분명 다르다. '중국이 전근대(前近代)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대국이 되어 현재의 대국인 미국과 G2 구도를 이룰 것'이라는 식의 주장은 그 사이에 인류가 경험한 진보와 변화를 무시하고 역사를 기계적으로 이해하는 데서 나타나는 잘못이다. 일제(日帝)에 침략당했다며 피해 의식을 주장하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왜 몽골·티베트·위구르는 억압적으로 통치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

한족(漢族) 중심으로 역사를 보면 원나라를 세운 몽골인이나 청나라를 세운 만주인은 모두 한족에 동화되었으며 그들의 유산은 모두 중화민족의 것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원나라가 망한 뒤에도 몽골인은 18세기 중반까지 중앙 유라시아에서 강대한 세력을 유지했다. 청나라는 이러한 몽골 세력과 만주인이 연합해서 성립한 나라다. 청나라는 몽골 세력을 모두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썼으며, 여기에 저항하는 세력은 전멸시켰다. 몽골·티베트·위구르는 모두 이 과정을 통해 오늘날 중국의 영역으로 편입됐다. 현재 중국은 "이들이 이미 모두 '한화(漢化)'되었다"고 주장함으로써 국가 분열의 소지를 없애고자 한다.


	피터 퍼듀 '중국의 서진'
현대 중국의 이러한 모순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 피터 퍼듀 예일대 교수의 '중국의 서진(China Marches West)'이다. 이 두꺼운 책의 서론과 제1부만 읽어도 현재 동아시아의 질서가 어디서 출발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인문학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거나 리더십을 가르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세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러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설명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인문학자도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 결과를 생산한다. 새로운 경영학 이론을 습득하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우리의 인문학 지식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