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人文,社會

한의사 이상엽의 인문학 건강론

바람아님 2015. 9. 27. 01:28
문화일보 : 2015년 09월 22일(火) 

  사고와 행동이 일치해야 ‘건강성’

 인간은 평균 10분에 3번 거짓말을 한다는 분석심리학의 
 연구결과가 있다. 상대의 호감을 사기 위한 가벼운 겉치레  부터 한 번 선택한 것은 무조건 믿고 보려는 진실편향에 
 이르기까지 조작과 속임의 기술은 일상에 만연해 있다. 
 이제 막 언어를 습득하기 시작한 영아(영兒)뿐 아니라, 심지  어 배 속의 태아(胎兒)들도 위장과 과장된 행동을 반복한다  는 뇌신경과학의 연구를 보면, 인간의 삶은 생명이 잉태된  순간부터 일상적 자기기만과의 싸움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이다.


 사고와 행동 사이의 무일관성, 그 틈새를 상(相)이라고 한  다. ‘相’이란 나무(木)에 새겨놓은 눈금(目)을 부호화한 

 것인 데,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상계를 몇 가지 단일한 기준  으로만 판단하고 적응하려는 인간의 습관적 오류를 의미

 한다. 상황(標·표)은 이미 당도해있는데 행동(本·본)이 어긋  나기도 하고, 사고(中·중)가 뒤죽박죽되기도 한다. 

 


좋고(好·호) 싫고(惡·오) 하는 감정에 치우치기도 하고, 옳  고(善·선) 그르고(惡·악) 하는 이성에 치우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고와 행동의 편차(偏差)를 ‘금강경(金剛經)’에서는 네 가지로 말한다.

첫 번째가 아상(我相)이다. 언제 어디서든 ‘나’를 앞세우며 빚어지는 오류다. 나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를 기준으로만 주변의 모든 일을 조작하려는 인간의 뿌리 깊은 습관이 있다. 이는 서구경제학의 근본 가설이자 대전제이기도 한데, 여기서 싹트는 마음을 탐심(貪心)이라고 한다. 지금 당장(今)의 교환가치(貝)만을 좇아 사고하고 행동하는 인간의 습관이다.

두 번째가 인상(人相)이다. 무엇이든 작은 문제만 생기면 먼저 상대를 탓하고 세상을 원망하는 오류다. 가령, 도로가 막히면 국가의 교통정책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을 원망하거나, 심지어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지자체의 보도정비 부실을 탓하는 인간들이 있다. 여기서 싹트는 마음을 진심(嗔心)이라고 한다. 입(口)으로만 제 떳떳함(眞)을 항변하며 발끈하는 인간의 습관이다.


세 번째가 중생상(衆生相)이다. 많은 사람이 그렇다고 하면 나도 무의식중에 따라 하게 되는 오류다. 무리 짓고 편 가르기를 하려는 습성인데, 각종 대중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허위·과장광고나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여론조작 역시 이러한 중생상을 숙주로 하여 기생한다. 바로 치심(癡心)이다. 일단 한 번 여론이 형성된 것은 의심 없이 믿으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의심부터 하고 냉소하는 인간의 습관이다. 의심(疑心)의 잣대가 병(病)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자상(壽者相)이다. 한 번 경험한 것은 자꾸 그렇게 반복하려고 고집하는 오류다. 인간은 불안을 느끼는 가운데서도 자신만은 예외가 되길 바라는 근거 없는 기대심리가 있고, 행복을 느끼는 가운데서도 이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는 불안한 희망 같은 것이 늘 있다. 이 모든 것을 수자상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싹트는 인간의 마음이 만심(慢心)이다. 우리가 관행이라고 부르는 모든 사고와 행동의 오류는 모두 이 만심이라는 오만함과 게으름의 묘한 화학작용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요컨대 인간의 건강성은 이 사상(四相)의 좌표 위에 얼마나 정확하게 대면(相應·상응)하여 자신의 모순으로부터 떠날(離相·리상) 수 있는가에 달린 문제이다.

카페방하 디렉터 lee_sy@egone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