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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한 마리조차 함부로 해치지 않았다

바람아님 2015. 9. 19. 10:15

조선일보 : 2015.09.18 

유학자 이언적 재조명 논문집, 2010 양동 포럼 발표들 묶어내
이언적과 이황의 공통점도 정리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의 선학(先學)으로 조선 성리학의 기틀을 닦은 유학자로 꼽히는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1491~1553)의 학문적 업적을 재조명하는 논문집이 나왔다. 사단법인 회재이언적기념사업회(회장 이동건)가 최근 발간한 논문집 '유교문화, 양동마을, 회재 이언적'이다. 경주 양동마을이 2010년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른 것을 기념해 열렸던 '세계유산 양동마을 포럼' 당시 발표된 논문을 묶은 것이다.

2013년 ‘세계유산 양동마을 포럼’ 참석자들이 이언적 선생 종가의 일부인 무첨당(無添堂·보물 제411호)을 둘러보는 모습
2013년 ‘세계유산 양동마을 포럼’ 참석자들이 이언적 선생 종가의 일부인 무첨당(無添堂·보물 제411호)을 둘러보는 모습. /김기철 기자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회재 이언적의 삶과 학문 소묘'에서 회재 이언적과 후배인 퇴계 이황 사이의 공통점을 정리했다. 둘 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었고, 과거를 통해 벼슬길에 나아갔지만 파직으로 좌절을 겪었다는 것. 한 교수는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감각이 둘 다 예민했기에 부당한 권력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지녔다"고 썼다.

일본에 대한 태도도 닮았다. 이언적은 조선에서 통상을 하던 왜관(倭館)에서 일어난 일본인들의 난동에도 "결국 같은 하늘의 아들로 다르지 않은 본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관용이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퇴계 이황 역시 일본의 통교(通交) 요청에 "화친이 왕도의 포용"이라고 건의했다. 한 교수는 "회재와 퇴계는 문화적 접근, 배려를 통한 공존을 해법으로 제시했다"고 보았다.

이승환 고려대 교수는 '회재 이언적의 생태사상'에서 곤충이나 벌레 같은 미물(微物)의 생명도 함부로 해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던 일화를 통해 이언적의 무위(無爲) 사상을 소개했다. "생명의 고귀함에 대한 경외감, 연약한 존재에 대한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연민, 소요 자적(自適)하는 여유로움, 마음의 때를 씻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양동마을의 역사·문화적 가치에 주목한 이상해 성균관대 명예교수와 강동진 경성대 교수의 글도 논문집에 함께 실렸다.

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