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기장

내가 기억하기로 나의 아버지는 수십 년 넘게 일기를 써오셨다.
지금이야 더는 쓸 게 없어졌다고 생각하는지 그만두신 지 오래다.
하지만 나의 어린 날,
누나와 함께 아버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은 꽤 흥미진진한 놀이었다.
부모님이 집을 비우면 우리는 이때라고 싶어
아버지의 일기장을 뒤적이며 키득거렸다.
한번은 일기장에 숨겨놓았던 10만 원짜리 수표를 발견하기도 했는데,
당시엔 보물찾기하다가 1등 상을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쪼르르 어머니에게 달려가 고자질을 했던 것 같다.
아버지의 일기장에는 어렵고 힘든 시절의 일상들과,
가족들의 하루가 아버지의 관점에서 서술된 내용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아버지 일기장을 꾸준히 탐닉했던 이유는,
일기장에선 누나와 내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무뚝뚝했던 아버지는 일기장에서만큼은 거침없이 사랑을 표현했고,
나는 어리기에 그 사랑을 마음껏 쟁취하곤 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아버지의 일기장을 찾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중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아예 관심을 끊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고등학생 때 우연히 방구석에서
먼지가 쌓여있는 아버지의 일기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그때 이후로 두 번 다시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나이를 먹고 읽은 아버지의 일기에는
아버지의 고민과 슬픔, 삶의 어려움 같은 것이 잔뜩 묻어 있었고,
그걸 다시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려서는 일기장의 주인공이 누나와 나인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아버지가 주인공이었어야 했나 보다.
그리고 아버지가 주인공인 아버지의 일기는
너무 외롭고 힘들어 보였다.
아버지가 썼든 일기를 훔쳐보든 아들은 어느덧 삼십 대가 되었다.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면 아버지의 일기장이 생각나곤 한다.
내가 아버지보다 잘살고 있는 건지, 맞게 가고 있는 건지..
그럴 때면 한없이 우울해지면서도 또 작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사는 것은 외롭고 힘들다. 그래도 또 살아야 한다.
아버지의 일기장이 그런다.
- '방구석 라디오' 중에서 -

소소하고 평범한,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일상이 주는 감동.
여느 삼십 대처럼 직장생활을 하던 평범한 남자가
'지금 내가 잘살고 있는 걸까?'라는 시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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